워렌 버핏은 왜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까?(홍춘욱 대표 2부)
한국 주식시장의 왜곡된 구조와 낮은 배당 현실 강력한 산업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투자 환경 외부 충격에 반복적으로 흔들리는 불완전한 시장
한국 주식시장의 특수한 구조는 기업의 근본적 가치와 주가의 연동성을 약화시키고, 투자자들로 하여금 단기적 매매에 의존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은 조선·전력·K-컬쳐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과 책임 전가의 문화가 투자 환경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리얼캐스트에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를 만나 한국 주식시장이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들어봤습니다.
관치의 그림자와 주주의 소외
최근 정부에서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하라”라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는 본래 금융기관의 자율적 판단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이 직접 개입하는 장면이 반복된 것입니다. 금융기관이나 상장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한마디에 긴장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정부의 권력이 주주의 권익보다 우위에 있다는 구조를 드러냅니다.
실제 한국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는 주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대주주의 책임 경영이나 정부의 압력이 주주의 권리를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DL그룹 여천NCC 사례나 과거 태영그룹에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 요구가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주식회사의 근본적 원리인 ‘유한 책임’ 원칙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며, 이는 곧 주주들의 신뢰를 저하시킵니다.
낮은 배당과 악순환의 고리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이익 규모를 내면서도, 배당에 대해서는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간 한국 기업의 배당 수익률은 1.5~2%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금리가 높건 낮건 관계없이 일정하게 낮은 배당 구조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들이 ‘배당은 주주에게 줄 필요가 없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주주는 책임 경영이라는 명목으로 자금을 출연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배당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배당 분리과세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금융종합과세의 부담까지 존재하니, 주주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주가가 오르더라도 체감되는 이익이 없어 가치투자가 힘들고, 단타 매매 위주의 왜곡된 투자 문화가 자리잡게 됩니다. 이는 다시 대주주가 “단기 투자자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라는 태도를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이 가진 무기, 그러나 불완전한 내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은 30년 주기를 맞아 환경 규제 강화와 LNG·원자력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력 분야에서는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가격 급락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K-팝과 K-컬쳐는 이미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차 전지와 같은 신산업 분야는 아직 불확실성이 큽니다. LFP 배터리의 부상, 화재 사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지연 등은 향후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테마 역시 실질적 성과보다는 기대감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산업 구조를 갖췄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외부 충격과 반복되는 위기
한국 주식시장은 약 3년에 한 번꼴로 대규모 조정을 겪어왔습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주가는 폭락했고, 이때마다 PBR은 0.8배, 0.7배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나라가 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주 보상이 미흡한 탓에 투자자들이 빠르게 떠나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패턴이 반복된 것입니다.
이처럼 충격에 취약한 구조는 한국 주식시장을 ‘사랑에 빠지면 배신당하는 시장’으로 만듭니다. 정부의 개입, 대주주의 책임 전가, 낮은 배당, 그리고 불안정한 정책 환경이 맞물리며 근본적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시장은 장기 가치투자보다는 분산 투자와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형적으로는 첨단 산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듯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왜곡과 불균형으로 가득합니다. 주주의 권리가 소외되고, 배당은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며,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여주기식 개입을 지양하고, 기업이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합리적 보상을 제공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단타 위주의 변동성 장세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의] 상기 기사는 유튜브 채널 ‘리얼캐스트TV’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한 것으로 정보는 투자 판단에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영상 촬영일은 2025년 9월 15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