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접 시행 확대…공공주택 공급 확대 vs 부채, 미분양 부담 가중

- ‘9.7주택공급 확대 방안’…LH 직접 시행으로 공공주택 공급 틀 바꾼다 - 현실 외면한 대책이라는 지적… LH가 미분양 리스크까지 떠안게 돼 - 막대한 재정투자 불가피…민간 참여 당근책 보완돼야

2025-09-12     권일 기자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9.7주택공급 확대 방안'(이하 9.7대책)을 발표했습니다.

9.7대책의 핵심을 꼽는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 확대에 있습니다. 기존 LH의 사업 영역을 완전히 바꾸는 파격적인 내용을 포함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LH는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이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주택 공급을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토지 조성부터 분양, 임대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시행자로 역할이 바뀝니다. 

그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조성해 민간에 판매된 택지들이 경기 상황, 민간의 공급 지연 등으로 조성 대비 주택 공급 실적이 저조했는데 이를 공공 주도로 극복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5년간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6만 호를 직접 공급할 계획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로또 분양 논란을 차단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개발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라며 분양가 산정 방식 등의 체계도 바꿔야 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LH 등의 공공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민간 건설사들은 LH 시행사업에 자금조달, 설계, 도급 공사 등의 영역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공급되는 아파트는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가 사용되며 소비자들은 공공 주도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체 사업이 아니고 공사 참여 수준으로는 많은 사업 이익을 낼 수 없습니다. 이런 사업에 자사 브랜드로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것은 브랜드 제고에 있어서도 껄끄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익히 알고 있고, 선호도 높은 브랜드 아파트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앞선 정부들에서 약속했던 많은 공공분양, 임대주택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던 점도 이번 대책의 기대치를 낮추는 이유입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장기공공임대 65만 호를 약속한 바 있는데 임기 동안 실제 공급은 7만 7,000호 (달성률 11.8%)에 불과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100만 호 공급을 공언했으나 3년간 인허가 물량은 16만 호에 그쳤습니다. 목표는 거창했지만 실적은 목표와 심각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170조 부채에 미분양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 LH

LH 역할 확대를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올해 말까지 예상되는 170조 원이나 되는 부채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LH의 부채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160조 1,100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170조 원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대로라면 2027년에는 219조 원, 2029년에는 261조 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지매각을 중단하고, 전면 시행에 나서면서 미분양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부채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민간에 팔렸던 수도권 공공택지들의 계약이 해지되는 점도 LH의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입니다. 

LH에 따르면 2022년 383억 원(2개 필지)에 불과했던 해약 금액은 2023년 3,749억 원(5개 필지), 2024년 2조 7,052억 원(25개 필지)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7월까지 1조 2,303억 원(13개 필지)으로 집계됐습니다.

계약 해지 이유로는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이 겹치면서 사업비가 증가한데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 산정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분양성까지 장담할 수 없어 사업을 해도 ‘손해’라는 겁니다.

결국 LH는 이들 택지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똑같이 분양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현재 7월 기준, 수도권 지역에는 총 1만 3,283가구(경기도 1만 513가구)의 미분양이 쌓여 있고 준공 후 미분양도 4,468가구(경기도 2,255가구)가 분포하고 있는 점도 LH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한 공급 확대 계획만으론 현실성 떨어져...보완책 필요

이처럼 LH의 부채와 미분양 리스크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공공주택의 안정적 공급에는 수익성을 이유로 하는 품질 저하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한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많은 수요자들이 민간과 공공의 주택 상품의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성을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믿을 수 있는 품질로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는 겁니다.

LH는 입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서울이나 서울 접경지 등에서 공급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기타 지역들은 미분양 상황을 보고 공급을 조절해야 합니다. 

또한 상품성 확보를 위해 민간 참여 공공분양 등 민간이 단순 시공이 아닌 사업 주체로서 참여하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민간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영역의 변화가 생기면서 LH는 인력, 조직 등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산 증액이 없이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법 개정도 필요해 공급 확대 체감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정부는 LH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회사채 발행이나 재정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민간 참여 사업 형태로 진행하면 초기 부담이 크지 않고, 만약 필요하다면 정부 재원 투입을 통해서 LH 사업 추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공공주도의 신속한 공급 확대라는 뚜렷한 명분은 있지만 LH의 재무 부담과 미분양 위험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9.7대책이 안고 있습니다. 공급 속도와 LH의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잡기 위해선 정부의 추가 보완책과 민간 참여 확대가 불가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