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장 ‘두 얼굴’… 아파트는 '급등', 빌라는 역전세 ‘불안’

- 아파트와 빌라 전세시장 딴판…역전세 불안 확산 - 서울 세입자들 2년새 6,000만원 이상 부담 가중 - 양극화, 불신 확산되는 전세시장...안정 위한 방법 찾아야

2025-07-28     권일 기자

아파트와 빌라간 전세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똑같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간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 상승과 하락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빌라(연립·다세대) 시장은 역전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 빌라는 하락… 완전 다른 전세시장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수도권 중형(60~85㎡) 아파트 전셋값은 2023년 상반기 3억 8,330만 원에서 2025년 상반기 4억 2,710만 원으로 4,380만원이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은 12%인 6,436만 원이 상승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세입자들은 2년새 6,436만 원이 오른 전셋값 때문에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마포구(15.4%), 서대문구(14.4%), 동작구(14.0%) 등이 두 자리 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상승 금액만 놓고 보면 서초구가 1억 1,717만 원, 강남구가 1억 1,081만 원 등으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빌라(연립·다세대)의 전세 계약 가운데 30%가 넘는 계약은 보증금이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서 계약돼 역전세 위험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빌라 전셋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대구로 2년새 9.7% 하락했으며 인천이 7% 하락하며 뒤를 이었습니다. 수도권의 인천을 제외하고 대구, 세종 등의 지방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신혼부부,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중형(전용 60~84㎡)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12%)이 소형 상승률(10.8%)과 대형(9.8%) 상승률을 앞서고 있어 이들의 인상된 전세 보증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반전세나 월세 등으로 내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역전세 상황에 처한 빌라 시장… 집주인들은 보증금 반환 부담 가중

아파트 세입자들은 보증금 인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빌라 세입자들은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종전보다 보증금이 하락한 경우)로 인해 보증금을 제때,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를 걱정하게 됐습니다. 집주인들도 보증금을 제대로 줄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집토스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대비 2025년 상반기 동일 면적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를 기준으로 전세 보증금이 하락한 거래 비율은 전국 평균 31.9%로 집계됐습니다. 

광역시·도 가운데는 인천광역시가 역전세 발생 비율이 무려 70.2%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어 대구광역시가 64.3%로 뒤를 이었으며 경상북도와 전북특별자치도 등이 역전세 발생 비율이 50%를 웃돌았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전세 시장의 ‘복합 악재’로 작용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27일 발표된 ‘6.27부동산 대책’은 역전세 현상에 추가로 부담을 가중 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한도 축소가 포함된데다 일부 상품은 한도가 6,000만 원 수준까지 줄어들게 됐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아파트보다 싼 빌라에 들어가려던 소액 세입자들의 가운데는 대출 축소로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또한 전세 퇴거 목적의 대출 한도도 최대 1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갭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던 다주택자들 가운데는 기존 세입자 퇴거 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하지만 1억 초과 대출 허용 기준 해석을 둘러싸고 금융권과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는 등의 문제가 노출돼 있습니다. 

 

양극화와 불신 가중되는 전세 시장… 안정화 위한 방안 찾아야

지금의 전세 시장은 아파트와 빌라 간의 극명한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빌라 시장은 전셋값 하락에 따라 집주인들은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세입자들은 제때에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어느 쪽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임대차 2법에 이어 전세 대출까지 강화되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분쟁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갭투자 방지 취지는 알겠지만 전세 대출이 축소되면서 선의의 피해자들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좀더 세세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빌라 시장의 경우 자산이 적은 서민들이 많다는 점에서 보증금 반환 지연 등 문제로 인한 피해 구제 등 제도 보완 및 개선이 필요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