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는 아파트 계약 취소 속출...강남 등 핵심지 “숨 좀 고르자”

- 6·27 대출 규제 이후 수도권 고가 아파트 계약 해제 8%p↑ - 전국 거래량 60% 급감...강남·과천 같은 핵심 지는 여전히 고가에도 거래

2025-07-23     권일 기자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여파로 수도권 고가 아파트의 계약 해제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최대 6억 원 제한’이라는 ‘초강력’ 대출 규제가 10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고가 아파트 흔들…계약 해제 늘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수도권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계약 해제 건수 중 10억 원 초과 아파트 계약 해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6.9%였습니다. 하지만 규제 시행 직후인 6월 27일부터 7월 15일까지 약 2주간에는 해당 비율이 35.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5억 원 이하 아파트의 계약 해제 비율은 32.2%에서 25.1%로 감소했고,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 구간은 40.9%에서 40.0%로 역시 소폭 비율이 줄었습니다. 

 

고가 아파트 몰린 강남 3구에서도 계약 해제 사례 연이어 나와

업계 전문가들은 대출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손해가 크다는 생각에 매수자들이 계약금까지 포기하면서 계약을 해제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강남 3구의 주요 아파트들에서 계약 해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초구는 대출 규제 이전, 계약 해제 비율이 전에 거래의 2.5% 수준이었지만 규제 이후에는 5.7%로 증가했습니다. 강남구도 5.1%에서 6.5%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출 규제 직전 계약됐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신반포청구 같은 단지들은 7월 11일에 계약 해지가 이뤄졌습니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현대 14차 등의 단지들도 대책 이전 계약이 됐으나 7월에서야 계약이 해제됐습니다. 이외에도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가락동 헬리오시티 등에서도 대책 이후 계약 해제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남 3구 이외에도 노원구의 경우 규제 이전 5.3%였던 계약 해제 비율이 7.3%로 증가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상계동 포레나 노원 전용 59㎡는 규제 직전 9억 원에 계약됐지만 7월 14일에 계약이 해제되기도 했습니다. 

강남 3구와 달리 노원구 등의 비강남권 지역은 자기 자본이 부족하고 대출 의존도가 높아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난에 처해지면서 계약 해제가 이뤄진 것으로 집토스 관계자는 분석했습니다. 

 

규제 시행 후 거래 급감 속 선별적 매수 이뤄져

고가 아파트와 다주택자 등 수요가 많은 서울이 대책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입니다. 대책 전후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대출 규제 시행 직전 3주(6월 6일~6월 27일), 규제 시행 이후 3주(6월 28일~7월 17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은 무려 8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은 대책 전 3주 동안 아파트 거래가 8,456건 이뤄졌는데 대책 이후에는 1,520건으로 급감했습니다. 

역시 고가의 아파트가 많은 경기지역도 대책 전 1만 3,529건 아파트 거래가 있었지만 대책 후에는 3,687건으로 72.7%가 감소했습니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워낙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갑자기 대출 규제가 시행돼 수요자들 사이에 혼란에 빠진 모습입니다. 매수자들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세로 돌아섰고, 이들 가운데 계약 해제로 손실을 줄이려는 상황이 나오면서 거래량 감소, 계약 해제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현금 부자’

계약 해제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압구정동 등의 강남권 주요 핵심지역에서는 여전히 고가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쪽은 해제, 한쪽은 거래 상황인데요.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6월 30일에 현대7차 전용 157.36㎡가 88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직전 최고가는 3월 거래된 84억 원입니다. 7월 8일에는 현대8차 전용 163.67㎡가 83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직전 최고가는 6월에 거래된 75억 원입니다. 몇 개월 사이에 수억 원씩 오른 가격에 거래가 된 셈입니다. 

7월 1일에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94.51㎡ 1층 물건이 65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3월에 11층 물건이 63억 5,000만 원에 거래가 됐었습니다. 

반포동 소재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후 문의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은 맞다. 하지만 실거주 목적이 뚜렷한 분들 중에는 매물을 찾는 분들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매도, 매수 문의가 줄어들고 거래량도 줄었지만 고가 거래가 끊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정도 거래로는 시장이 활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할 수 있습니다. 

대출 직전 상승률에 비해 확연하게 줄어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도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상승은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될 시기가 빨리 올 수 있어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고가 거래가 있다 해서 대출 영향이 적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당분간 조정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이며 강남권 등을 제외한 서울 기타 지역에서는 가격이 하락하는 곳도 나올 수 있습니다”라면서 “한동안 대출 규제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수요자들은 적절한 매수 시기, 가격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