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일산...오래된 신도시의 경고음

라페스타의 몰락, 일자리 없는 도시의 끝 분당과의 차이, 고령화와 소비력의 격차 이벤트보다 구조적 변화, 일산의 골든타임은 '지금'

2025-06-25     한민숙 기자

 

한때 젊음의 거리로 불리며 일산을 대표하던 라페스타는 이제 유령상권으로 전락했습니다. 인구 고령화와 일자리 부재, 그리고 신도시 정책의 영향까지 겹치며 상권의 침체가 심각해졌습니다. 분당과의 극명한 대비는 일산의 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구조적 전환 없이는 회복이 어렵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 떠난 ‘젊음의 거리’


과거 국내 최초의 스트리트형 쇼핑몰이자 청춘의 상징이던 라페스타는 이제 적막한 거리와 까마귀 울음소리만 남았습니다. 일산은 1990년대 대규모 입주 이후 2030세대가 고령화되며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이는 곧 상권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상가 매물은 헐값에도 팔리지 않으며, 평일 낮에도 인적이 드뭅니다. “1억에 580만원 하던 자리가 지금은 6000만원에 400만원 해도 안 나간다”는 증언이 현황을 보여줍니다.

 


권리금 ‘0원’ 상권, 비어가는 거리


라페스타는 물론, 인근 가로수길 상권까지도 비슷한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곳곳에 ‘권리금 없음’, ‘임대 문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공실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낮은 월세에도 임차인은 떠나고, 임대인은 관리비만 받으며 버티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8억4천만원이던 1층 상가가 1억4천만원에 낙찰된 사례까지 발생했습니다.

 


일산과 분당의 결정적 차이


사실 상권 침체는 일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의 소상공인 상권이 코로나 여파와 경기 침체,  그리고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일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불경기’나 ‘고령화’뿐만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도시조차 어떻게 활력을 잃어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기 때문입니다.

그 대비점이 바로 분당입니다.

분당과 일산은 1990년대 초반 함께 개발된 대표적 1기 신도시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상권의 활력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분당의 서현, 정자, 수내역 상권은 여전히 공실이 거의 없으며 북적입니다.

그 핵심 차이는 ‘일자리’입니다. 고양시의 상장기업 수는 3개에 불과한 반면, 성남시는 188개입니다. 네이버, KT, SK하이닉스 등 굵직한 기업이 분당에 몰려 있는 반면, 일산은 이렇다 할 일자리 기반이 없습니다.

 


소비력 격차, 젊은층 유출… 구도심의 위기


일자리의 부재는 곧 소비력의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분당구는 건강보험료 기준 상위권이지만 일산은 30위권에 그칩니다. 장항2구의 매출은 분당 서현1동보다 100억 원 이상 적고, 구 전체를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큽니다.

여기에 젊은층은 같은 일산 내의 삼송, 원흥, 킨텍스 같은 신도시로 빠져나가며 구도심의 고령화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도심 자체의 활력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벤트보다 ‘구조적 전환’이 해답


최근 K-컬쳐밸리 재개나 대형 콘서트가 일시적 활력을 주긴 했지만, 이로 도시 전체가 살아나긴 어렵습니다. 진정한 부흥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수입니다. 일산테크노밸리,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 빠르게 현실화되어야 하며, 젊은층이 이곳에서 살고 소비하며 꿈을 꿀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분당은 진화했고 일산은 멈췄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기반으로 구조적 전환 없이는 일산은 영원히 사라질지 모릅니다. 일산의 회복은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