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주변 상권, 경기유무에 따라 매출 격차 90%에 달해

KB국민카드, 전국 9개 야구장 주변 상권 데이터 분석 해가 지날수록 매출 더욱 늘어…올해 매출액 22년 比 31% 증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경기 종료 후 주변 상권 매출 증가 1위…주말에는 무려 60%↑

2025-06-16     정소유 기자

프로야구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야구장 주변 상권의 매출액도 해가 지날수록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국민카드(사장 김재관)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개막 첫날부터 연도별 70일 기준으로 전국 9개 야구장 주변 상권 데이터를 살폈습니다. 야구장 주변 음식점(주점 포함), 편의점, 제과·제빵, 커피·음료, 패스트푸드(치킨전문점 등) 주요 5종에서 신용 및 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61만건을 분석했습니다.

출처 : KB국민카드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야구장 주변 상권의 주요 업종 매출액은 22년(4월 2일부터 6월 11일까지, 70일간)과 비교해 23년 13%, 24년 25%, 25년 31%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야구장 주변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도 야구의 뜨거운 열기가 미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KBO 역대 관중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관중 수는 607만 6074명에 불과했지만 2023년 810만 326명, 2024년 1088만 7705명으로 많은 분들이 야구장을 방문해 응원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매출을 살펴보면 3년 전 대비 매출액 증가는 모두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편의점이 37%로 가장 크게 늘었고 제과·제빵(36%), 커피·음료(31%), 음식점(주점 포함, 29%), 패스트푸드(26%) 순으로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출처 : KB국민카드

올해 경기 열린 날 경기 종료 후(평일 21~24시, 주말·공휴일은 17~24시 기준) 야구장주변 상권 매출 증가가 가장 높은 구장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로 평균 46%가 늘었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무려 60%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평균 42%), 부산 사직야구장(평균 20%), 기아 챔피언스 필드(평균 3%) 순으로 주변 상권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반면 수원 KT위즈파크와 서울 잠심야구장의 경우에는 경기 종료 후에 각각 -3%, -4% 주변 상권 매출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올해 야구장에서 경기가 진행된 날과 아닌 날의 매출액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기가 진행된 날의 매출액이 경기가 없는 날에 비해 무려 90% 증가했습니다. 야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패스트푸드점(166%), 편의점(122%) 업종이 크게 증가했고, 음식점과 커피·음료 업종도 각각 76 %씩 늘어나며 매출 증가를 이끈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번 분석으로 야구 경기가 열리면 주변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라며 “앞으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포츠, 문화 활동과 연계된 고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분위기도 이러한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입니다. 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 치킨전문점 업주는 “야구 경기가 있는 날엔 경기 종료 1시간 전부터 매장 앞에 대기 줄이 생긴다”며 “특히 주말 경기 때는 대기 없이 들어오는 손님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매출 역시 경기 있는 날과 없는 날의 차이가 2배 가까이 난다고 밝혔습니다.

야구장 주변 상권은 일반적인 상업지와는 다르게 ‘시간대’와 ‘날짜’에 따라 매출 편차가 극심한 특징을 가집니다. 주중에는 저녁 시간대, 주말에는 오후부터 저녁까지의 매출 집중도가 매우 높으며, 경기 유무에 따라 영업 전략을 아예 다르게 짜야 할 정도로 패턴이 뚜렷하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전언입니다. 한 자영업자는 “비가 오는 날에도 야구가 열리면 손님이 오지만, 야구가 없는 날은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한산하다”며 “장사가 야구 일정에 연동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대전), 라이온즈파크(대구), 사직야구장(부산) 등 ‘지역 밀착형 구단’을 보유한 도시의 야구장 주변 상권은 구단 성적이나 팬덤의 규모에 따라 직격탄을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경향은 타 스포츠 종목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으로, 야구가 가지는 팬덤의 충성도와 현장 관람 문화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다만 모든 야구장 주변 상권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잠실야구장(서울), 수원 KT위즈파크처럼 오히려 경기 종료 후 상권 매출이 줄어드는 지역도 존재합니다. 이는 경기장이 도심 외곽에 있거나, 경기가 끝난 뒤 사람들이 곧장 귀가하는 구조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예컨대 잠실은 올림픽공원과 대단위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해 ‘회식 소비’를 유도할 만한 2차 상권이 제한적이며, 수원 역시 주거지 인접 지역이라는 특성상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아 경기 후 빠르게 해산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상권의 매출 양극화는 야구 경기 일정에 따라 영업 전략을 세우는 자영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제로 일부 상권에서는 KBO 경기 일정을 기준으로 ‘야구장 마케팅 캘린더’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특정 팀의 경기일에 맞춰 메뉴를 구성하거나, 팬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상권 활성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포츠 관람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도시 상권에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야구장이 단순한 스포츠 시설을 넘어 지역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며 “지자체나 기업이 야구장 인근에 상업지구를 조성하거나 문화공간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충분한 경제 논리가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광주, 대전, 창원 등에서도 야구장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과 관광 상품 개발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향후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