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100억, 저기도 100억! 늘어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
- 올 1월~6월 현재 한남동만 8건, 압구정 3건, 반포 2건 - ‘나인원한남’ 한 단지에서 5건, 전용 273㎡는 250억원에 손바뀜 - 서울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로
올해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이미 100억원이 넘는 거래가 15건이나 성사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부동산 시장 내 초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리얼캐스트가 서울 부동산 시장에 일어나는 초양극화 현상을 살펴봤습니다.
반기별 10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건수 살펴보니
부동산 정보 플랫폼 리얼캐스트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24년 1월부터 6월 초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100억원 초과 아파트는 총 1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건) 대비 약 88% 증가한 수치입니다. 상반기에만 11건이 성사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미 6월 초 기준으로 15건을 돌파하면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처음 100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는 2017년 8월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03㎡로, 당시 거래금액은 105억3,000만원이었습니다. 이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100억 초과 거래가 한 건도 없었지만, 2021년 들어 다시 급증했습니다. 2021년에는 부동산 시장 활황과 맞물려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강남구 청담동 ‘PH129’에서 총 8건의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이후 2022년 4건, 2023년 5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2024년 상반기에만 15건이 이뤄지며 시장의 반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100억 넘는 초고가 아파트 5대장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용산구 한남동에 가장 많았고,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성동구 성수동 등에 포진돼 있습니다.
이 같은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대부분 서울 핵심 입지인 용산구, 강남구, 서초구, 성동구 등에서 이뤄졌습니다. 특히 한남동에서는 올해만 8건이 발생했습니다. ‘나인원한남’ 전용 273㎡는 2월 250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공동주택 최고가를 다시 썼습니다. 평당 가격은 2억4,752만원에 달합니다. 같은 지역 ‘한남더힐’ 역시 3건의 거래가 이뤄져 한남동은 사실상 초고가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습니다.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에서도 100억원을 넘는 거래가 활발히 이어졌습니다. 현대2차 전용 198㎡가 105억원, 현대7차 245㎡는 130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며, 가장 최근인 6월 1일에는 신현대11차 전용 183㎡가 101억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이 외에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파크’,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초고가 단지에서 각각 한 건씩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지난해 7월 110억원에서 올해 135억원으로 25억원 상승하며 초고가 아파트의 시세 선도 역할을 입증했습니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입지+상품성+희소성’ 세 가지를 동시에 갖췄다는 점입니다. 한남동은 서울 한복판이면서도 한강 조망, 프라이빗 단지 구조, 외교단지와의 인접성으로 상징 자산 가치가 높습니다. 압구정 현대나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희소한 대형 평형, 리모델링·재건축 기대감, 그리고 브랜드 가치까지 갖췄습니다. 실거주 목적이든 자산 가치 보존 목적이든, 이들 단지는 기존 수요자에게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고가 시장은 전반적인 부동산 침체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부동산 자산관리업체 관계자는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더라도 현금 부자들이 찾는 상품은 결국 희소성과 상징성을 갖춘 초고가 부동산”이라며 “이들은 금리나 대출 규제 영향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장 흐름과는 다른 수요 패턴을 보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금 유동성이 높은 상위 1% 자산가들은 주식이나 채권보다 부동산을 더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며 “이들은 일시적 조정기에도 ‘기회 매수’로 접근하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체가 되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2024년 들어서도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규제 피로감’이 누적된 시장에서는 중산층 이하 수요가 위축되고, 고자산가 중심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지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출 한도가 아예 필요 없는 고가 거래일수록, 정부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이번 수치로 입증됩니다. 일반적인 아파트 구매에서 금융 접근성이 중요한 요소라면, 초고가 시장은 '전액 현금'이라는 극단적 조건에서도 충분한 수요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역, 가격대에 따라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 서초, 용산구의 고가 아파트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서울 외곽이나 구축 단지는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넘어, ‘대체 불가능한 자산’을 중심으로 자본이 집중되는 구조적 초양극화 현상으로 해석됩니다.
향후에도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 하반기에는 주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이 예고돼 있어, 이와 맞물려 기존 고가 주택의 시세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오히려 초고가 자산으로의 안전 이탈 수요가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부동산 시장은 경기 민감도가 낮은 대신 자산 불균형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며 “정부 정책이 중산층 회복과 거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향후 시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