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상가냐?" 청담동 럭셔리 사교클럽... 조감도 괴리로 빈축
- 베일 벗은 “럭셔리 사교 클럽” 충격 - 한국 건물이 조감도대로 안 나오는 이유
K-조감도와 현실의 차이
요즘 안 좋은 의미로 화제가 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청담동 1번지, 디아드 청담1입니다. 최초 디자인과 최종 결과물의 차이가 지나치게 커서 커뮤니티에서 빈축을 샀죠. 이게 조감도와 현실의 차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얻었는데요. 이런 건물은 왜 탄생하게 되는걸까요?
"보증금 10억" 베일 벗은 사교클럽... 신도시 상가?
리얼캐스트가 현실 디아드청담에 다녀왔습니다. 현실 모습도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층부에 조감도의 흔적이 남아있긴 한데, 디자인을 했다는 도미니크 페로가 보면 뒷목을 잡겠네요.
이 건물은 보통 건물도 아닙니다. 보증금 10억을 내야 이용할 수 있는 ‘소사이어티 클럽’으로 계획된 시설입니다. 지하 3층~지상 17층 규모고요. 시설 계획은 거의 부자 테마파크입니다.
지하에 스크린 골프장이 있고, 스파, 사우나, 피트니스, 테라피 시설을 배치합니다. 여기에 프라이빗 영화관, 클럽 라운지, 프라이빗 비즈니스룸 등 건물 전체를 웰니스, 비즈니스 시설로 가득 채울 예정이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결과물은 썩 근사해 보이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시행사에서 이슈를 의식했는지 내외관 설계와 디자인을 갖추기 위한 추가공사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특히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세라믹 자재를 이용해서 업그레이드 한다는 얘긴데 여기에 뭘 붙여서 조감도처럼 만든다는 모양이죠. 어쨌든 5월 준공은 물건너 갔습니다. 2026년 상반기 오픈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금난 시달린 시행사... 사업 스케일 계속 줄어
이번 디아드 청담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는 시행사의 자금난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시행업계에서는 이 사업의 시행사가 고금리 PF대출 부담에 직면하면서 수백억 원의 추가비용이 예상되는 설계 원안을 고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사업을 시행한 A사는 시황이 악화되면서 사정이 크게 나빠졌습니다. 2024년 회계감사에서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감사의견 거절을 당할 정도죠.
디아드 청담1 사업도 스케일이 계속 줄었습니다. 원래는 A사가 강남 일대에 건설하는 최고급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커뮤니티처럼 이용하는 비공개 클럽 같은 컨셉이었는데요.
이 사업들은 대부분 좌초되거나 감감무소식이고, 남은건 삽을 이미 떠버린 이 사업 하나입니다. 그 뒤로 보증금 10억만 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일반 공개된 사교 클럽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결국 고급 커뮤니티 하나만 남은 시설인데, 보증금 10억에 연회비 1천만 원을 내고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조감도 실망' 시행사에 돈만 많으면 해결? 글쎄...
그런데 이 디아드 청담1 사업은 별론으로 하고, 시황이 나쁘지 않을 때에도 국내에는 수 많은 ‘조감도 실망’ 사례들이 있었죠. 사실 업계에서는 속출하는 국내의 조감도 실망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건설사업 구조부터 알아야죠. 우리나라에서 건물 하나를 지을 땐 시행사(건축주), 설계자, 시공사가 필요합니다. 시행사는 땅을 사서 건물을 짓는 회사고요. 설계자는 목표에 맞춰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사가 설계에 따라서 건물을 짓게 됩니다.
시공과 설계는 상호간에 견제를 위해서 제도적으로 분리가 된 지 오래 됐고요. IMF를 거치면서 위험 분산을 위해서 시행과 시공이 분리되며 이런 구조가 완성됐습니다. 이제는 당연하게까지 여겨지는 구조인데요. 그런데 이 구조 안에서 서로가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이상한 방향으로 문제가 생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건설현장 동상이몽' 시행사 vs 시공사 vs 설계자
시장에서는 문제가 반복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저가낙찰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시행사는 설계자의 설계를 바탕으로 건물을 지어줄 시공사를 입찰로 찾게 됩니다. 당장 돈을 들여야 하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같은 건물을 더 저렴하게 지어야 이익이 많이 남겠죠? 그래서 저가로 입찰하는 시공사에 마음이 갑니다.
“100억? 우리는 80억으로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겠죠. 이때 최초 설계자의 설계 의도는 거의 무시됩니다. 조감도는 아예 컨셉아트라는 식입니다. 선진국의 이름 있는 설계자들은 자재 하나하나 다 지정해서 설계한다고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전체 공사대금 총액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총액계약이 일반화 돼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현장에서의 타협입니다. 비싼 자재를 많이 쓰면 당연히 이익이 줄어들죠. 이때 시행사가 자금난에 몰렸거나, 시공사가 저가 낙찰로 일을 딴 상황이라면 실시설계 과정에서 자재와 시공법을 타협하는 방식으로 출구를 찾게 됩니다. 천연 대리석을 인조 대리석으로 바꾸거나 브론즈 프레임을 알루미늄 도장으로 바꾸는 식입니다.
이걸 멋진 말로 가치공학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적은 비용으로 같은 품질을 뽑는걸 말하는데 비용절감에 골몰한 나머지 품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면을 제공한 설계자는 원안을 강제할 힘도 의욕도 없습니다. 돈을 내는 건 시행사고, 돈을 쓰는 건 시공사죠. 그들 입장에서는 비싼 설계비를 받고 이름값을 제공했으면 할 바 다 한겁니다. 감리도 전문업체의 영역으로 넘어갔죠.
다시 시행사로 돌아와 볼까요. 원래 저품질 시공에 최종적으로 딴죽을 거는 건 돈을 내는 건축주의 역할입니다. 여기서는 시행사죠. 그런데 시행사가 낮은 품질을 큰 문제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파트 같은 선분양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이미 돈은 다 받았거든요.
그나마 디아드 청담1이 추가공사를 진행하는 것도 분양이 아니라 보증금을 받기 때문일 겁니다. 앞으로도 시행사가 소유하고 운영해야 하는데 결과물이 이렇게 조롱을 당해서야 부자들도 돈 쓸 기분이 안 들 테니 말입니다.
“조감도는 컨셉아트” 분통 터지는 건 소비자 뿐
조감도가 현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이상 손해배상 청구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시행사는 분양해서 털면 그만, 설계자는 설계비 받으면 그만, 시공사는 짓고 털면 그만이죠.
최종 소비자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수 밖에 도리가 없겠습니다. 오늘도 한 줄 평으로 마치겠습니다.“이게 바로 K-주인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