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어떻게 잃어버린 30년 회복 중인가? (채상욱 1부)
- 타이밍 놓쳤다 - 한국 부동산 붕괴 시나리오
한국 부동산 문제는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의 핵심 기능이 상실되며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 지방 소멸, 수도권 쏠림 현상, 교육과 의료 인프라의 붕괴 등이 모두 얽혀 있습니다. 리얼캐스트에서 커넥티드그라운드 채상욱 대표를 만나 수치로 보이지 않는 도시의 본질적 문제를 들어보고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불균형을 진단해 봤습니다.
도시 기능의 상실과 지방의 붕괴
도시는 기본적으로 주거, 일자리, 상업, 문화, 자연환경, 의료, 치안 등의 기능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도시들은 인구 규모와 상관없이 이러한 기능이 불균형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인구 100만 명에 달하는 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거나, 50만 명 규모의 도시가 자족도시로 기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방 소멸의 본질은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도시들은 핵심 기능을 잃고, 결국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게 됩니다. 특히 문화와 교육 기능은 오래 전부터 지방에서 소멸되어 왔으며, 사교육 기능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된 결과, 교육 기능이 없는 지역은 점점 더 인구 유출을 겪고 있습니다.
의료 기능의 붕괴와 고령층 이동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대두되며 의료 인프라의 지역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유지됐지만, 현재는 지방의 의료 기능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젊은층뿐 아니라 시니어 인구마저도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필수 기능인 의료마저 소멸된다면, 지방에서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 공급 논리의 한계와 도시 기능의 회복
부동산 문제를 단순한 수요 공급의 문제로 접근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전국 단위의 도시 기능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이동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무시한 채 서울에 몇만 채를 더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핵심은 기능을 상실한 도시의 회복이며, 그렇지 않으면 서울 중심구만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퍼지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기능이 집중된 지역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기능이 소멸된 지역은 임대료, 전세가, 매매가 모두 하락하게 됩니다. 이것이 단순한 심리나 대출 규제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도시의 지속 불가능성
인구 감소는 도시 기능 소멸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교육, 문화 등 삶의 질과 직결된 기능이 사라지면 지역은 더 빠르게 붕괴됩니다. 수도권에 50%가 몰려 있는 현 상황에서, 나머지 49%가 사는 지역이 급격히 무너지면 수도권은 물리적으로 그 인구를 수용할 수 없습니다. 즉, 이 문제는 명백히 부동산 문제이며, ‘땅’과 ‘공간’의 문제입니다.
서울조차도 강남 4구에 기능이 집중되며 강북의 교육 기능은 점차 소실되고 있습니다. 교육 기능이 있는 지역은 임대료가 오르고, 이는 곧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기능이 소실된 지역은 자연스레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근본적 대책의 부재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결국 일자리입니다. 지방 국립대의 위상 하락과 함께 지역 일자리도 소멸해 왔습니다. 지방 국공립대는 등록금 이점과 학력 기반에서 경쟁력을 가졌지만, 이제는 인서울 중심 채용구조에 밀려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은 출산율이 높더라도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잃었습니다.
지방은 이미 교육, 일자리, 의료라는 핵심 기능을 잃었고, 이는 일회성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특히 의료 대란 사태를 통해 시장은 지방 의료의 붕괴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병원 접근성은 이제 부동산 가치 평가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비교, 한국의 한계
일본은 과거 부동산 버블 붕괴를 받아들이고 천천히 회복해 왔지만, 한국은 버블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방 대학교와 지역 기능이 살아 있어 지역 간 균형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인서울’ 쏠림 구조로 인해 균형 자체가 어렵습니다. 지방 대학의 몰락과 함께 지역의 모든 기능이 수도권으로 집중되었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버블을 깨고 재건에 나섰던 일본과 달리, 한국은 버블을 꺼뜨릴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두려움 속에 정책을 관리하는 데 급급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오히려 소비 위축과 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