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찾습니다” 부르는 게 값된 용인 원삼면 일대

-서울 뺨치는 원삼면 월세 -반도체 건설특수 직격

2025-04-30     김영환 기자

 

원룸 씨 마른 원삼면… “짓고 있는 것도 예약 끝”

4월 말 찾은 평화로운 시골 원삼면에는 지금 근로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친 몸을 누일 원룸을 찾고 있습니다. 여의치는 않은 상황입니다. 방 하나짜리도 월세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입니다.

“원래는 쌌는데 계속 올라가죠. 50에서 60, 60에서 70, 지금은 75만원” 현지 공인중개사 A

이렇게 비싸도 매물은 씨가 말랐습니다. 네이버부동산 기준, 일대 원룸·투룸 매물은 채 100개가 안되는 모습입니다. 시세도 50만 원대는 거의 찾을 수 없고, 현장에 가깝다 싶으면 냅다 70만 원입니다. 애초에 원룸 구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500에 65만 원이나 70만 원, 가격은 그 정도 해요. 근데 지금 빈 거는 없고.” 현지 공인중개사 C

5월 입주가 예정된 이 원룸은 이미 준공 전에 싹 예약이 끝났습니다.

“짓고 있는 것도 있는데 다 미리 예약돼서 나갔어요. 웬만하면. 몇 동 밖에 안돼요. 짓고 있는 것도.” 현지 공인중개사 A

 

펜션·모듈주택까지 총동원… 그래도 부르는 게 값

상황이 이 지경이다 보니 원삼면에 지붕 있는 건물은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펜션 운영은 요새는 안하고 있어요. 펜션으로 돼 있는 건데, SK하이닉스 공사 관계자들이 필요하시면 임대를 해드리려고.” 현지 공인중개사 B

이 3층짜리 다세대도 거진 통으로 나갔습니다. 실거래가 시스템을 확인해보니, 2월에 전용 56㎡ 5세대가 한번에 계약됐습니다. 보증금 500만 원에 210만 원 조건입니다. 한 달에 월세만 1,050만 원씩 내고 있는겁니다.

월세 수익이 치솟으니 모듈형 주택까지 등판했습니다. 도로 곁에 옹기종기 모인 이 어설픈 주택들, 보증금 500에 월세 90만~100만 원은 예사입니다.

“용인은 성장관리계획구역이잖아요. 도로가 6m 이상 돼야 (원룸을) 지을 수 있어서… 시골이 6m 도로가 없죠. 4m 도로도 별로 없는데. 그래서 모듈주택 많이 갖다놓으세요.” – 이광철 공인중개사(원삼 원주민부동산)

원삼면 일대 원룸 품귀현상은 결국 지역 밖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주택은) 방 3개 있는 거 (보증금) 5천에 200만원 가능한 것도 있어요. 임대 매물은 나오면 계약이 되는 편이라 지금 별로 남아있는 게 많지는 않아요.” - 현지 공인중개사 B

이건 원삼면도 아니고, 이웃한 백암면 상가주택 얘기입니다. 방이 3개인데, 해봐야 20평 남짓한 면적입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이 돈이면 동탄 청계동 30평 아파트도 빌릴 수 있습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착공, 근로자 1만명 몰린다

“여기 토목관계자만 2,500명인데… 이제 본격적으로 공사 들어오면 (방이) 없죠. 지금도 없는데.” - 현지 공인중개사 A

원인은 결국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총면적 126만평 규모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근로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짓는 1기 팹이 2월 착공 소식을 알렸었죠.

“지금 기계가 하는 일이 더 많으니까, (기초공사가) 마무리되면, 근로자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올거예요. 가을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 이광철 공인중개사 (원삼 원주민부동산)

시장에서는 1기 팹 공정이 본격화되면, 건설근로자만 하루 1만 명이 출근할 것으로 봅니다. 원삼면 인구보다 많습니다. 1기 팹은 2027년 5월 준공 예정입니다. 그 뒤로도 3개 팹을 더 건설할 계획이죠. 앞으로 십수년 간의 호황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1기 Fab이 70% 정도 완료되면 2기 들어간다고 해요. 어느정도 되면 2기 공정이 들어가고, 2기가 70% 되면 3기 들어가고… 그렇게 해서 한 15년 정도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거거든요.” - 이광철 공인중개사 (원삼 원주민부동산)

 

억대 권리금 등장한 상가… 땅값도 천정부지

비단 주거만의 얘기도 아닙니다. 이런 시골 동네 상가에도 억대 권리금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중식뷔페로 이용되고 있는 이 110평 상가는 월세가 1억 원에 1,100만 원입니다. 놀랍게도 현재 권리금이 2억 원입니다. 이웃한 이 한식뷔페 식당 자리도 권리금이 2억 3천만 원으로 나온 상황이죠.

아직은 권리금만큼 이용객이 많아보이지는 않는데요. 현장에서는 앞으로 공사가 본격화되면 근로자들의 방문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가 5,900원짜리 현장 식당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고 해서 현지에서 화를 냈다고 하던데, 막상 상인들은 큰 동요는 없어보였습니다. 어차피 파이가 크다는 전망이죠.

이런 상황이다 보니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원삼면이 포함된 처인구 땅값은 5년간 20%가 넘게 올랐습니다. 강남보다 높은 상승률입니다. 원삼면으로 한정하면 10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고당리 준주거지역에 나온 171평짜리 대지 호가는 지금 38억 원, 평당 2,200만 원이 넘습니다. 실제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340평 땅이 71억 8,2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평당 2,100만 원짜리 거래입니다.

 

과열은 경계해야, 지분쪼개기도 주의보

이 시골동네에 초대형 공사가 한창이니 미래는 있을지 몰라도 평화는 확실히 없습니다.

제일 심각한 건 도로 상황입니다. 왕복 2차로를 근로자들의 출퇴근 차량과 건설장비들이 시시때때로 돌아다닙니다. 공사장과 장비들이 내뿜는 먼지 피해도 무시무시하죠. SK하이닉스에서도 주민들을 위한 자동세차를 운영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진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과대평가도 조심해야 합니다. 다시 기획부동산이 유행하는 정황이 보입니다.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10평 미만의 지분거래는 2022년 73건이었으나 2023년 172건, 2024년 241건을 기록했습니다. 원삼면은 2023년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바 있습니다. 올해에도 이미 79건의 거래가 있었는데, 비중으로 따지면 27%가 넘습니다. 넷 중 하나는 소형 지분거래였다는 뜻입니다.

높은 땅값은 일대 부동산 공급부족의 주된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러잖아도 공사비, 자재비가 하늘을 찌르는데 땅값까지 오르니 지을 엄두를 못 내는 거죠.

“땅값이 비싸서 못 덤벼드는 거죠. 이런 거 자연녹지거든요? 여기다 평당 350만 원 이렇게 부르니까 못 하는 거죠. 평당 건축비가 철근콘크리트로 지으면 650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땅값 300만 원에 사면 수익률이 안나와요. 못 짓는 거죠.” - 이광철 공인중개사 (원삼 원주민부동산)

원룸이든, 상가든 일대 부동산 공급부족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오늘의 한줄평으로 마치겠습니다. “역시 일자리가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