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쇼핑 못한다...5세대 실손 어떻게 바뀌나 보니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23년 14조 1000억 원…6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 과도한 보험료 부담 온상 ‘비급여 의료비’…보상한도, 자기부담 등 차등화 실손보험료 30~50% 인하 기대
금융당국은 중증 환자에 대한 보장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비급여 보장을 줄이고 자기부담률은 크게 상향 조정하는 등과 같은 내용이 담긴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실손보험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가입하며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보험료 지급으로 인해 보험료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은 이를 보완한 5세대 상품을 올해 말 선보일 예정입니다.
실손보험은 지금까지 약 4000만 명이 가입하며 가입 안하면 소위 ‘바보’라는 인식이 형성됐지만 가입자 중 일부가 ‘의료 쇼핑’을 즐기며 보험금의 대부분을 지급받는 탓에 납부 보험료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실제로 실손보험의 지급보험금은 지속적으로 확대됐습니다. 2017년 7조 3000억 원에 불과했던 지급보험금은 2020년 11조 1000억 원, 2023년 14조 1000억 원으로 6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실손보험에 가입한 65%는 보험료만 납부하고 실제는 다치거나 아프지 않아 따로 보험금을 지급받는 사례가 없지만 상위 9%가 비급여 진료비를 통해 전체 보험금의 80%가 지급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지급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실손보험료 갱신 시 크게 오르며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의 개혁을 추진에 나선 것입니다. 의료계, 소비자, 보건전문가, 학계 및 금융 보건당국 등이 참여하는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수차례 논의를 거쳐 지난 1일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실손보험 개혁방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급여 의료비의 경우 입원과 외래(통원)으로 구분해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합니다.
급여 입원은 중증질환인 경우가 많고 의료비 부담이 큰 만큼 남용 우려가 많지 않아 5세대 실손보험은 현행 4세대와 같이 실손보험료 자기부담률을 20%로 일괄 적용합니다.
외래의 경우에는 건강보험 본인부담제도의 정책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실손보험 자기부담률과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연동합니다.(최저 자기부담률 20% 적용)
여기에 지금까지는 임신과 출산이 보장범위에서 제외되었지만 앞으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임신과 출산과 관련된 의료비도 실손보험 보장 범위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비급여 의료비는 중증 비급여와 비중증 비급여로 구분해 보상한도, 자기부담 및 출시시기 등을 차등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비중증 비급여 치료가 의료체계 왜곡, 과도한 보험료 부담의 온상이라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입니다.
중증 비급여의 경우 보상한도는 연간 5000만 원, 통원치료 시 회당 20만 원으로 보상한도가 동일하지만 비중증 비급여의 보상한도는 연간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통원치료 시 회당 20만 원에서 일당 2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됩니다.
입원치료를 진행할 때는 중증 비급여는 회당 한도가 없지만 비중증 비급여는 회당 300만 원으로 제한이 생겼습니다.
특히 비중증 비급여 항목 중 많은 비용이 청구됐던 도수·체외충격파 등의 치료와 신데렐라·마늘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는 보장 대상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자기부담률도 입원·외래 모두 현행(4세대 기준) 30%에서 50%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한편, 금융당국은 계약 재매입 방식으로 약관 변경(재가입) 조항이 없는 1,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1600만 명)의 실손보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가입자가 원하는 경우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입니다.
계약 재매입 후 가입자가 원하는 경우 신규 실손보험으로의 무심사 전환을 허용할 계획으로 계약 재매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보험업계와 추가 논의를 거쳐 하반기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실손보험 개혁 방안 적용으로 인해 기존에는 비급여 의료비 항목으로 보험료를 지급받았으나 향후에는 지급받지 못해서 생길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주요 비급여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입니다.
분쟁조정기준은 치료목적 여부 등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위한 기준으로 기존 1~4세대 및 신규 실손보험 모두에 적용됩니다.
또한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빈번한 주요 비급여는 시기에 따라 변경 가능하므로 지속적으로 대상 비급여를 수정·보완하는 연동기준으로 운영할 방침입니다.
이외에도 실손보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알권리 및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실손보험 공시를 확대합니다.
현재는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회사별 보험료, 보험료 인상률, 손해율을 공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존에 공개된 정보 외에 보유계약, 보험료 수익, 보험손익 및 사업비율 등에 대해서 회사별·세대별 공시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실손보험 개혁을 통해 의료체계 정상화를 지원하는 한편 실손보험료 30~50%정도의 인하 효과와 보험료 체계의 공정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과다 이용을 방지해 의료체계 내 공정보상 시스템 마련에 기여하고 필수의료 기피방지 등 의료체계 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