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2만호 돌파…11년 만에 '최대'
- 12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2만1,480호…2014년 7월(2만315가구)이후 11년 만 - 전국 미분양 주택 7만173호로 5개월 만에 다시 7만가구 돌파 - 양극화 심화되며 미분양 증가 이어질 듯
분양시장에 ‘악’ 소리가 커졌다. 12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이 무려 11년 만에 2만가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분양 주택도 5개월 만에 7만가구를 돌파하며 분양시장이 힘든 시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전국에 2만1,480호가 있는 것으로 집계 됐다.
이전까지 주로 1,000호 이하 수준에 그쳤던 준공 후 미분양이 12월 들어 전월보다 2,836호가 증가한 2만1,480호를 기록했다.
특히 2만가구 돌파는 2014년 7월(2만312호) 이후 11년 만에 2만가구를 넘은 것으로 직전, 최고는 2013년 12월에 집계된 2만1,751호다.
물론 2010년에는 준공 후 미분양이 5만호를 넘을 만큼 더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2014년 7월 이후로는 준공 후 미분양이 2만호를 넘긴 적이 없었다.
참고로 2010년 당시 악성 미분양이 5만 호를 넘겼던 시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시기였다. 당시 지방 중심으로 중소형 건설사들이 대거 부도를 맞는 등 구조조정도 병행됐다.
지난 12월의 경우 수도권은 전월 대비 409가구가 증가했지만 지방에서 2,427가구가 증가했으며 특히 경북(866가구), 대구(862가구), 제주(408가구)에서 준공 후 미분양 가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2021~2022년 사이 대규모 공급이 집중되며 일시적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든 이후 미분양 누적이 심화되고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2024년 하반기부터 자체적인 미분양 대책을 마련해 공공 매입 등을 검토 중이다.
일반 미분양 주택도 크게 늘었다.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호로, 7월(7만1,822호)이후 5개월 만에 다시 7만호를 넘어섰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이 전월보다 2,503호 증가한 1만6,997호, 지방이 2,524호가 증가한 5만3,176호로 집계됐다. 증감률로만 본다면 수도권이 17.3%로 지방(5.0%)을 크게 웃돌며 수도권 분양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내 미분양 증가는 경기 외곽(평택, 이천, 화성 동탄 일부)과 인천 송도 일부 블록 등에서 청약 경쟁률 부진 및 계약 포기 사례가 잇따르며 악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당분간 미분양, 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 청약을 실시한 세종, 전북 전주, 충북 청주 분양 아파트들은 좋은 성적을 기록한 반면, 대구와 부산, 충남 천안 분양 아파트들은 저조한 청약 결과를 거둬 잔여 세대를 팔아야 할 판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계속된 경기 불안으로 청약을 하려는 이들은 가격이나 입지 등 확실한 장점이 있는 일부 현장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상당수 현장들은 청약 미달로 미분양이 될 가능성이 높고, 신규 분양이 안되면 결국 준공 후 미분양은 더 팔리기 어려워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5년 1월까지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청약 미달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청약 미달률은 2024년 말 38%에서 2025년 1월에는 41%로 높아졌다.
한편, 지난 4일 정부는 비수도권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한시적 완화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여당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한시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권팀장은 “이대로 두면 악성 미분양은 더 쌓일 수밖에 없는 만큼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불안정한 정국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실행이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분양 누적이 단순한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나 사업 포기 사례가 이어질 경우, 고용과 지역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