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내려갈까’, 주택사업경기 전망 2년 만에 최저

- 1월 전국 주택사업경기 전망지수 61.6…2023년 1월(55.8) 이후 최저 수준 -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로 지수 하강국면 지속…탄핵정국이 결정타 - 서울도 전월 대비 16.3p 하락하며 먹구름 더욱 짙어져

2025-01-20     박지혜 기자

주택사업경기 전망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주택사업이 혹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매달 발표하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1월 전국 지수는 61.6으로 지난 2023년 1월(55.8) 이후 정확히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일감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도 주택공급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가 70을 넘어서면 시장에 대한 낙관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60대 초반은 공급자들이 체감하는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위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이 65.9로 지난달보다 12.5p 하락했으며 비수도권(지방)은 60.6으로 지난달보다 14.6p 하락, 수도권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지방 중에서는 부산과 대구, 세종 등 주요 도시에서도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해 전국적인 위축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은 지난달보다 16.3p 하락한 76.7을 기록하며 빠르게 시장 분위기가 식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중반까지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들어 급격한 낙폭을 보이면서 다른 권역에 비해 체감도 하락 속도가 더 뚜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월 지수 하락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원인으로는 단연 탄핵 정국이 꼽힌다. 12월 초 비상 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1개월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12월과 1월 관련 지수가 연이어 하락했다. 

또한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면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2024년 말부터 PF 차주에 대한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고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 한도를 축소한 조치들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기관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심사 기준 강화와 함께 시중은행들의 보수적 대출 태도가 확산되면서, 중견 이하 주택사업자들의 자금 확보에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자금조달지수도 4개월 연속 하락세...악순환 지속

주택사업자의 자금 조달 전망을 나타내는 자금조달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전국 1월 자금조달지수는 전월 대비 2.9p 하락한 68.1을 기록했다. 

지수가 낮아질수록 자금 조달이 힘들어 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주택사업자의 자금 회수가 어려워 질 것을 우려한 금융권이 신규 대출을 제한해 주택사업자들이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건설사는 자금 경색이 장기화되자 기존 분양 일정조차 미루거나 착공을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공급 부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분양시장 위축, 신규 대출 제한, 사업 축소 등의 악순환이 앞으로 더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사업자 의존도가 높은 주택공급 구조에서 이 같은 위축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몇 년 간의 공급 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여전히 정치 상황이 어수선해서 부동산 시장 역시 불안정하다. 다만 2월부터는 신규 분양 소식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온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실제로 지난해 부동산 시장도 어두운 전망 속에 문을 열었지만 상반기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흐름이 나타나기도 한만큼 지나친 비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분기 내 분양 성과가 향후 주택경기 회복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예정된 주요 단지 분양 결과에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수화한 것으로 향후 주택공급 계획과 정책수립을 돕는데 활용된다. 

주산연은 향후 분기별로 주택사업자 체감 경기를 보다 세분화해 지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 예측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 조사 항목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