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가동한다는 50조 증안·채안펀드, 효과는?
정부가 난데없는 계엄사태의 뒷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엇박자를 내던 F4도 계엄사태 직후 긴급 간담회를 열고 금융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구체적으로 10조 원 증안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를 준비하고 40조 원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한다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경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시장안정조치인데요. 효과는 어떨까요?
40조 채안펀드 ‘든든’ 일부 안정화된 채권시장
채권시장은 충격을 벗어나 다소 진정된 모습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매수세가 늘어 금리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 집행이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2.541%를 기록했습니다. 계엄 해제 직후 2.626%까지 올랐던 금리가 8영업일 만에 85bp 내려온 겁니다. 외려 계엄 사태 직전 금리(2.585%)보다 낮습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안정적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2.765%에서 2.676%로 89bp 내렸습니다. 통안채 91일물 금리도 같은 기간 18bp 내린 2.966%, 회사채 (무보증3년, AA-) 금리도 3.210%에서 3.197%로 13bp 내렸습니다.
시장에서는 사태 직후부터 채안펀드가 무제한 집행된 덕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캐피털 콜(필요시 자금지원) 방식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참여한 은행, 연기금, 공제회 등이 대거 매수에 나섰죠.
은행은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8영업일간 11조 4,50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직전 8영업일(11.22~12.03) 동안 매수한 4조 365억 원의 약 3배에 달합니다. 연기금과 공제회도 같은 기간 2조 9,190억 원에서 4조 1,515억 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급증했습니다.
당국에서는 향후 대응 여력도 충분하다며 시장의 불안을 적극 달래고 있습니다. 15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주재한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은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 프로그램은 27조 원 이상의 충분한 여유재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약 14.4조 원, 정책금융기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이 약 8.1조 원 남아있다고 언급했고요. 내년 초 2.8조 원 규모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공급 프로그램도 가동되면 공급 가능 재원에 더 여유가 생길 전망입니다.
10조 원 증안펀드, 이번에 쓰이나?
증안펀드는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하고 주가가 급락할 때 시장에 투입할 목적으로 조성됩니다. 주로 아시아권에서 활용하는 정책으로, 우리나라에선 1990년 처음 도입된 이후 총 3번 가동됐습니다. 카드대란 시기인 2003년에 4,000억 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5,015억 원 규모 펀드가 조성됐죠.
이후 팬데믹 대응을 위해 2020년에 10조 원 규모로 조성됐는데, 당시 개인 매수세가 크게 늘면서 실제 집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2022년에도 글로벌 금리인상의 충격완화를 위해 집행을 계획했으나 사용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죠. 이번에 이걸 쓰겠다고 예고한 겁니다.
증안펀드의 개입은 정부가 시장의 폭락을 저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발표한 ‘증안펀드에 대한 고찰 : 사례 분석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도 “변동성 완화와 같은 심리적 불안감 해소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확인한 바 있죠.
사실 증안펀드는 부작용 가능성도 여럿 지적되는 정책입니다. 인위적인 주가 부양으로 매수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한편, 청산 과정에서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고 주가가 휘청일 수 있죠. 기업금융 효율성 제고 효과도 불확실하고, 애초에 증안펀드 시행이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긴 하는지 의문을 갖는 시선도 많습니다.
최근 증시 흐름은 증안펀드의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어제(30일) 2,399.49로 마감했죠. 올해 마지막 거래일에 2,400선을 내주고 만겁니다. 당국이 결국 증안펀드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는 국면이 올 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