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오를 줄 알았는데”…재건축 호재에도 꿈쩍 않는 산본·중동 집값
1기 신도시 재정비 신호탄에도 산본·중동 집값 뚝뚝…왜?
1기 신도시 재정비 가시화…중동 350%·산본 330% 용적률 상향
재건축 연한 30년이 넘어 재정비를 앞둔 1기 신도시들에서 잠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2년 대선 당시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이 나왔을 때만 해도 집값이 들썩였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외면 받는 분위기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월 1기 신도시 노후화와 도시기능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의 가이드라인에는 중동·산본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등이 포함됐습니다.
가장 먼저 1기 신도시 기본계획안을 발표한 곳이 부천시입니다. 중동신도시의 기준 용적률을 216%에서 350%로 제시했는데요.
이에 따라 중동신도시는 2만4000가구 규모의 추가 공급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중동신도시에 이어 군포시는 산본신도시의 기준 용적률을 207%에서 330%로 적용해 1만6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1기 신도시 집값 약세…산본신도시 30% 이상 떨어져
하지만 이러한 노후도시 정비계획에도 실제 집값에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군포 산본동 산본주공11단지 전용 36㎡은 지난 8월 2억6800만원에 팔렸습니다. 4억원에 거래됐던 2022년 4월 매매가와 비교해 30% 이상 떨어진 가격입니다.
한양백두 전용 96㎡는 지난 8월 6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8월(6억4700만원)과 비교하면 5000만원 가량 하락한 금액입니다.
중동신도시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부천 원미구 중동 은하마을주공2단지 전용 47㎡은 최근 이전 최고가인 2022년 5월 5억500만원에 비해 약 24% 하락하며 3억865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그렇다면 재건축 호재에도 집값이 약세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에서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서라고 분석합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산본의 경우 전체 가구 중 임대주택 비율(40% 수준)이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높지만 재정비 과정에서 필요한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산본은 다른 1기 신도시보다 입지 면에서도 떨어져 재건축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인데요.
1기 신도시 중 용적률이 가장 높던 중동신도시도 용적률을 60%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부동산 전문가 Y씨는 “공사비 등이 오르며 재건축 부담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도지구의 재정비 계획이 나와도 분당 정도를 제외하고 재건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낙관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분당은 들썩, 산본·중동은 ‘제자리’…1기 신도시 간 온도차 뚜렷
전문가들은 특히 1기 신도시 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같은 1기 신도시라도 분당, 일산처럼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고 대규모 개발 경험이 축적된 지역은 비교적 시장에서 수요층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산본·중동처럼 서울과의 거리나 교통 편의성이 다소 열세인 지역은 정비사업 추진 기대감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겁니다.
또한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 경기 여건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용적률 상향과 같은 정비계획이 발표되더라도,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 불확실하거나 안전진단·조합 설립 등 실질적인 단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고금리 기조와 건설 원가 상승, 분양가 규제 등의 삼중고 속에서 정비사업의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조합원 분담금 증가 우려가 시장의 매수세를 더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0년은 걸릴 수도”…매수심리 위축된 현장 분위기
시장에서는 재건축을 둘러싼 기대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매수 관망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중개업소 대표는 “정비계획은 나왔지만 행정 절차나 사업 인허가, 주민동의율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결국 실제 삽이 뜰 때까지는 5~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실거래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편, 1기 신도시 재정비의 핵심 과제로는 ‘속도’와 ‘구체성’이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행정안만 발표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선도사업지에 대한 특례 규정, 분양가 산정 기준, 기반시설 확보 계획 등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주민들의 사업 참여 의지를 높이기 위해선 현실적인 지원책과 구체적인 시간표 제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당분간 산본·중동 등 일부 지역의 1기 신도시는, 발표된 계획만으로는 시장 반전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정비사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호재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시장의 냉정한 논리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