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하고 배당 높이고"... 금융지주·증권사 ‘밸류업’ 가속

세계 시총 1위 애플, 5% 가까이 하락…변동성 커져 자사주 매입·소각, 기업가치 제고 발표 등 금융·증권주 주목

2024-08-09     정소유 기자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 특성에 맞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는 밸류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발(發) 경제불안에 따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마저도 하룻밤 사이에 5% 가까이 하락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자 비교적 안정적 투자처로 보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금융주에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리딩 금융인 ‘KB금융’(회장 양종희)이 있습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진행하면서 밸류업 우등생으로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KB금융은 주주환원책의 일환으로 오는 14일 자기주식 998만 주를 소각할 예정입니다. 이는 6일 종가 기준 약 8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해 8월부터 취득한 자기주식 558만주(취득가 3000억 원)와 올해 2월부터 취득한 440만주(취득가 3200억 원)을 동시에 소각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KB금융은 상반기 실적발표를 통해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모습입니다.

또한 KB금융은 1분기 실적 발표 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 정책을 발표하며 분기당 3000억 원, 연간 1조 2000억 원 규모로 현금 배당을 지급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식수가 줄어지면 자연스럽게 주당 배당금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실제 KB금융의 1분기 주당 배당금은 784원이었으나 2분기 주당 배당금은 791원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에 따른 주당 배당금이 1분기만에 0.89% 상승했습니다. 이외에도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하여 오는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입니다.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신한금융’(회장 진옥동)도 지난달 밸류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인 ‘10·50·50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신한금융은 오는 2027년까지 13% 이상의 안정적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기반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및 속도감 있는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3조 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올해 말까지 5억주 미만, 2027년 말 4억 5000만 주로 상장주식수를 감축할 계획입니다.

신한금융은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주당 현금배당 및 배당 규모를 매년 확대하고 특히 어느 시점까지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것이 타 금융사와의 차별점입니다.

신한금융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 이하에서는 자사주 소각 중심의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PBR 1 이상 시 현금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등 단계별 탄력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하나금융(회장 함영주)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실행 중입니다. 1월 말 의사회에서 결의한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상반기 내 조기 마무리했습니다. 

매입한 자사주 511만 5718주의 경우 오는 19일 전량 소각할 예정이며 하반기 중 기업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는 등 그룹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아직 시점은 명확하진 않지만 하반기 중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금융그룹 차원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업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우리금융(회장 임종룡)도 지난 상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은행지주회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계획도 발표하며 밸류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중장기 밸류업 목표를 ‘보통주자본비율 기반 주주환원 역량 제고’로 설정하고 △지속가능 ROE 10% △보통주자본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 등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밸류업의 핵심인 총주주환원율은 보통주자본비율 12.5%~13% 구간에서는 40%, 13% 초과 시에는 50%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 12.5%를 내년까지 조기 달성해 주주환원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도 언급했습니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사회의 심도 깊은 논의와 임종룡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었으며, 주주가치 극대화에 그룹 역량이 더욱 집중될 전망입니다.

우리금융은 시장과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하며 경영진과 이사회의 IR 참여를 확대하고, 해외 IR에도 집중해 올해 상반기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 4.6%p 증가’ 모멘텀을 이어 나갈 방침입니다.

증권업계에서도 밸류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은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난 7일 발표했습니다.

지난 2월 자사주 보통주 1000만주 매입·소각을 완료한 후 2024~2026년 향후 3개년도 적용될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주주환원성향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최소 35% 이상 유지를 목표로 자사주 매입 소각 및 배당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도 오는 26년까지의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취득 예정주식은 보통주 1000만주입니다. 유통주식 수의 약 2.2%에 해당합니다. 미래에셋증권은 8일부터 오는 11월 7일까지 3개월 이내에 장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매수를 완료할 예정이며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 1000만주는 취득 완료 후 소각할 계획입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관되고 예측가능한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와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NH투자증권(대표 윤병운)도 지난 3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417만주(약 500억 원 규모)를 매입·소각을 결정했습니다. 2011년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성과보상 등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자사주 매입 결정입니다.

이는 2022년 대비 2023년 증가한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의 약 5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실시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배당금도 증액했습니다. 현금배당은 보통주 800원, 우선주 850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2808억 원입니다. 이는 지난해 2458억 원 대비 14% 늘어난 수치로 배당성향은 2023년 당기순이익 4350억 원(별도기준)의 약 65%입니다.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금 총 합계는 약 3308억 원 수준으로 주주환원성향은 당기순이익(별도 기준) 대비 약 76%에 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