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패닉', 블랙먼데이...대폭락 전조?
증시 하루 새 235조 원 증발…일본·대만도 사상 최대 하락 미국 3대 지수 약 2년 만에 최대 낙폭…기준금리 서둘러 인하해야 한다 주장 나와
미국 발(發)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지난 5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블랙먼데이를 맞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일본·대만 증시가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하며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는 234.64p(-8.77%) 급락한 2441.55로 마감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하락폭으로 코스피 종목 중 98%가 전 거래일보다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상승한 종목은 단 11개에 불과했습니다. 코스닥 역시 11.3% 떨어진 691.28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두 시장을 합쳐 이날 하루에만 무려 235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입니다.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에 거래를 일시 적으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지만 하락세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단기간에 너무 크게 떨어진 탓인지 다음 날인 6일 코스피는 개인이 코스닥은 기관과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면서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코스피는 전일과 비교해 3.3%(80.6p)가 오른 2522.15를 코스닥은 6.02%(41.59p)가 상승한 732.87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지난 5일 크게 떨어졌습니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4451.28p(-12.4%)로 사상 최대 일일 하락폭을 보이며 3만 1458.42를 기록했습니다. 오사카 증권거래소 토픽스 선물거래에서도 13년 전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증시 역시 전날 낙폭이 큰 영향인지 6일 닛케이 225 지수는 10.23%(3217.04p) 오른 3만 4675.46에 장을 마쳤습니다.
중화권 증시에서 TSMC, 폭스콘 등이 있는 대만 자취엔 지수가 지난 5일 8.35% 급락해 2만 선이 무너지며 1만 9830.88에 마감했습니다. 이 역시 역대 일일 최대 하락폭입니다. 반면 6일 자취엔 지수는 전 거래일에 하락을 만회하며 3.38%(670.14p)가 오른 2만 501.02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렇듯 지난 5일 블랙먼데이를 맞게 된 요인으로 미국 경기침체, 빅테크 기업 실적악화 우려, 엔캐리 트레이드까지 한꺼번에 부각되며 공포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미국 7월 일자리 보고서에서 비농업 고용이 11만 명대로 예상치에 60%에 그치면서 그동안 뜨겁다는 미국 고용시장이 꺾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지난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실적 발표를 하면서 1만 5000명의 구조조정을 언급해 빅테크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게다가 AI열풍을 이끌던 ‘엔비디아’마저 흔들렸습니다. 하반기 신제품 ‘블랙웰’ 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가 설계결함으로 인해 출시가 최소 3개월 이상 연기될 거란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신제품 출시로 인해 더욱 많은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무너지며 엔비디아 주가가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난주 일본은행이 금리를 0.25%로 인상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자 일본에서 저리로 자금을 빌려 세계 여러 군데 고금리 자산에 투자를 하던 것을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자 세계 곳곳에 투자했던 자산들을 팔아치우고 돈을 다시 일본으로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시아 시장이 무너지자 미국 역시 약 2년 만에 3대 지수 모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1033.99p(2.6%) 하락한 3만 8703.2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160.23p(3%) 떨어진 5186.3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76.08p(3.43%) 내린 1만 6200.08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미국 3대 지수는 장중 초반 큰 폭의 하락세로 시작했으나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ISM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48.8)보다 2.6p 오른 51.4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낙폭을 줄였습니다. 이는 한 달 만에 경기 확장·위축을 가르는 기준선 '50'보다 높아진 수치로 미국 경제가 전달에 비해 확장국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해 경기침체 우려를 조금이나마 해소시켰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연이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미국 기준금리를 서둘러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제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현지시간 5일 기고한 칼럼에서 “Fed가 지난 주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이 실수라며 몇 달 전에 금리 인하를 시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그는 9월 중순 FOMC회의에서 0.25%가 아닌 0.5% 정도의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0.75%p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미국 금리인하 주장이 나오면서 향후 주식시장은 오를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나오고 있는 만큼 9월에는 금리인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만 금리인하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으로 9월 FOMC까지는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금리인하를 시작하게 되면 주식시장으로 유동자금이 몰리면서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주식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단기간 급락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무작정 매도하지 말고 기다리는 편이 내 돈을 지키는 방법”이라며 “만약 신규로 매수하려고 한다면 시장추이를 살피면서 신중하게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주식이 연이어 하락세를 보이자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미국 국채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미국 국채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현지시간 5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26%p 하락한 3.668%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3년 6월 이후 최저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