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부동산 분위기.. 대세 상승인가?

2024-07-29     김영환 기자

16주 연속 오른 서울 집값, 2021년과 뭐가 다를까?

 

서울 집값이 굉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매매가격지수가 16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고 하죠. 결국 엉덩이 무거운 정부마저 10개월 만에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럴만합니다. 상승폭이 굉장하거든요. 5월 중순 무렵부터는 상승률 자체가 치솟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는 겁니다. 시장의 불안은 또 다시 패닉바잉으로 발전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파른 상승세는 자연스럽게 2021년의 대세상승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가 벼락거지가 될 것을 걱정하던 바로 그 시절입니다. 서울의 이번 상승은 정말로 다시 찾아온 대세상승이 맞을까요? 부동산 시장에서 활용하는 여러 지표들을 알아보고, 2021년과도 비교해 보겠습니다.

 

치솟는 소비심리에 폭주하는 거래량… 소비여력도 회복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확인하는 가장 첫 번째 지표는 거래량입니다. 아파트를 산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저가 급매물이 많이 빠지고 있다는 얘기고, 그 다음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비싼 집을 사게 되겠죠. 호가도 오를테고요.

거래량은 분명한 상승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에 이미 5,182건을 돌파했습니다. 2021년 8월 이후로 월간 5천 건 이상의 매매거래가 있었던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거래량은 지난 상승장 무렵의 거래량을 회복했다는 의의가 큽니다. 상승장이 본격화하던 2020년 말 무렵의 거래량이 4천건 대 후반이었고, 이후 상승이 계속되던 2021년에는 평균적으로 5천 건 정도의 거래가 있었거든요.

단기간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소비심리지수가 좋습니다. 현장 설문을 통해서 시장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200에 가까울수록 찾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5월 기준 소비심리지수는 121.5p로 집계되었는데요. 아직 2021년 상승기 수준은 아니지만 상승폭이 가파른 편입니다. 이대로 150p 부근까지 질주한다면 2021년 상승기의 재현이 되겠죠.

한국은행에서 조사하는 주택가격전망(CSI)도 같은 맥락의 자료입니다. 한국은행이 매달 조사하는 소비자동향자료에는 ‘내년 집값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 있는데요. 여기에 ‘오를 것 같다’고 대답한 사람이 많으면 100보다 높아집니다.

이 지수는 6월 기준 108p로 오를 것으로 본다는 사람이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다들 오른다고 믿는다면 줄서서 집을 사겠죠. 이 추세가 120p대에 이를 때까지 이어진다면 2021년 수준으로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다들 집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고, 집에 관심이 있어도 집을 살 능력이 없다면 별 의미가 없겠죠? 이 소비여력은 한국은행의 PIR이라는 지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건 중간(3분위) 주택가격을 중간(3분위) 가구소득을 나눈 값으로, 통상적으로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몇 년 만에 집을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값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값은 올해 1분기 서울 기준 10.5배입니다. 2021년 상승기 말엽에 13.4배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죠. 2021년 상승기 직전에 기록한 9.5배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상승기 초기 수준의 소비여력이 쌓인 겁니다.

 

폭발하는 수요에 먼저 오르는 전세… 인허가 물량도 급감

매매가격지수를 시작으로 앞서 소개한 지표들은 현재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입니다. 이 지표들로 분위기를 파악했다면 본격적으로 다음 자료들을 보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해 보면 됩니다.

첫 번째로 확인할 것은 전세수급동향입니다. 전세수요 대비 공급물량을 지수로 나타낸 자료인데, 100보다 높을수록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전세가 귀해지면 전세가격이 오르고, 전세가 오르면 “그냥 사자”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전세가 오르면 집값이 오른다고 예측합니다.

전세수급지수는 아직 2021년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다만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죠. 2020년 5월 수준까지 회복했으니, 이후 연말까지 얼마나 오를지를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세가격이 오른다 한들, 집값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면 매수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겠죠. 대세상승이라고 할 정도라면 일부 여력이 있는 집이 아니라, 여러 집이 시도할 수 있을 정도라야 합니다. 이걸 확인하는 게 전세가율입니다.

지금은 이미 높아진 집값을 전세가격이 쫓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대차 2법 시행으로 간신히 눌러놓은 전세가격이 슬금슬금 회복하고 있죠. 지금은 54.6%입니다. 2021년 초 전세가율은 58% 수준이었습니다.

2~3년 이후 주택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데는 인허가 물량 추이가 유효합니다. 아파트가 지금 인허가를 받았다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3년쯤 뒤에 준공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미래 공급물량이 많다면 집값도 안정되겠죠.

지금 상황은 좋지 못합니다. 2021년에 기록한 5만 3천여 건의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에 3만 4천건 까지 줄었습니다. 내후년쯤에는 입주물량이 약 2만 건 정도 줄어드는 셈입니다.

더 지독한 건 인허가 물량이 미래 공급물량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PF불안으로 엎어지거나 연기되는 사업이 늘어난다면 미래 공급물량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미분양 물량도 매수세를 가늠하는데 자주 활용됩니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서는 미분양 물량의 감소를 수요 증가로 해석했고, 자연스럽게 집값 상승을 점치는 근거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다만 현재 서울은 미분양 물량이 이례적으로 많이 쌓이고 있는데요. 이건 비상식적인 분양가 상승의 영향이 있다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전에야 미분양을 가져가는 게 구축 매수보다 여러모로 유리했습니다만, 분양가가 급상승한 지금은 3년 뒤에야 받을 수 있는 아파트를 매매보다 훨씬 비싸게 계약해야하니 인기가 뚝 떨어졌죠. 지금의 매매열기에는 이 대기수요가 고스란히 매매수요로 전환된 영향도 없지 않을겁니다.

종합하면 지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은 확실히 2020년 말 수준으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5월까지는 아직 소비심리가 과열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후로도 추세가 이어진다면 패닉바잉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