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도 안 팔린대” 작년과 너무 다른 은마의 ‘두 얼굴’
올해 거래건수 단 3건…매매가·호가도 '뚝'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111채가 팔리면서 강남 매매거래량 1위를 차지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거래가 없다시피한 상황인데요.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올해 현재 기준(1~3월) 3채가 팔린 이후 더 이상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은마 전용 84㎡는 거래가 전무하고, 전용 76㎡은 △1월 4일(4층) △2월 26일(11층) △3월 11일(1층) 각각 1채씩 팔리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건(전용 76㎡ 19건·84㎡ 12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은마아파트 거래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입니다.
거래량은 물론이고 매매가격도 내려앉았습니다.
올해 거래된 은마아파트 3채는 각각 23억7000만원(1월, 4층), 23억5000만원(2월, 11층), 22억원(3월, 1층)에 팔렸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24억40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호가가 전고점 수준인 26억원까지 치솟았는데 이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4억원 이상 빠진 셈입니다.
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업소는 “최근에는 호가가 더 내려가면서 매물로 나온 물건 대부분이 22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가격이 많이 주저앉았는데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몸값 낮춰도 외면…조합 리스크에 살 사람 없어
은마아파트는 시장 침체로 인해 강남에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던 2022년 말 유일하게 거래가 이뤄졌던 곳입니다.
당시 강남구 아파트 거래건수(43건) 가운데 4분의 1은 은마아파트(11건) 거래였는데요.
지난해에는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거래가 급증하며 강남 최다 매매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매물이 줄고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10년 보유·5년 거주한 1가구 1주택 집주인만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공급에 제한이 있음에도 찾는 수요가 없어 매물 적체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아실에 따르면 매매로 나온 은마아파트의 매물 수는 올해 △1월 1일(112건) △2월 1일(156건) △3월 1일(157건) △4월 1일(203건)으로 재차 늘어 가장 최근(4월 23일 기준)에는 매물이 245건까지 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을 둘러싼 리스크도 은마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조합 내홍으로 법적 다툼이 다시 재현되면서 재건축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내분이 장기화되면 사실상 사업은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부 집주인들은 재건축을 포기하고 시세보다 싸게 매물을 내놓으려는 분위기지만 선뜻 매수하려는 수요가 없다 보니 지난해와 달리 시장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H씨는 “조합 내홍이 깊어지면서 49층 재건축은 물론 건축심의 준비도 중단됨에 따라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게다가 늦어질수록 추가 분담금도 불어나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부담 요인이 많아 수요자들에게 외면 받는 만큼 당분간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