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는 불장, 송파는 미달...두 얼굴의 서울 분양시장
올해 서울 청약경쟁률 평균 135대1… 역대급 불장
올해 서울 분양시장이 연전연승입니다. 고작 5개 단지가 청약자 4만 8천 명을 모아 평균 경쟁률이 135대1에 달했죠. 메이플자이 흥행이야 누구나 예상한 내용이지만, 100세대도 안 되는 나홀로 아파트도 경쟁률 10대1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에도 분양권이 마피”라며 시끄럽던 연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흐름입니다.
청약 경쟁률 치솟고, 분양권 프리미엄도 붙어… 그럼, 마피도 혹시?
서울 분양시장은 올해 들어 흥행 기록을 여럿 새로 쓰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잠원동에 공급된 ‘메이플자이’는 경쟁률 442대1로 2020년 10월 이래 최고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죠. 앞서 1월에는 3.3㎡당 1억 3천만 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운 ‘포제스 한강’이 초고분양가 논란도 무색하게 경쟁률 10대1을 찍고 초기 계약률 70%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분양권 시장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용 84㎡는 지난 3월 19억 8,363만 원으로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지난해 6월엔 16억 대에 거래되던 타입이 9개월 만에 20억 원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강동구 길동의 ‘강동 헤리티지자이’ 전용 59㎡도 올해 1월에 10억을 돌파했습니다. 같은 면적이 분양 당시 7억 5천만 원대에 분양했는데, 그동안의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2억 5천만 원 넘게 올랐네요.
다만 분양권 시장 전반에 ‘서울의 봄’이 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거래량은 여전히 바닥에 찰박이는 수준이고, 소위 마피로 유명했던 단지들은 늪지대 한복판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입주한 ‘송파 더 플래티넘’이 대표 사례입니다. 이 단지는 전용 72㎡를 12억 3,698만 원에 내놨지만 거래가 도통 안 되고 있습니다. 일반분양 할 때는 14억 6천만 원 수준에 분양한 타입이니, 최소 2억 원이 넘게 빠졌습니다.
‘더샵 송파 루미스타’는 눈물의 할인분양에 들어갔습니다. 84㎡A 3층 물건을 18억 400만 원에 분양했는데요. 최초 분양할 땐 22억 3,100만 원에 분양했던 타입이니 할인 폭이 4억이 넘습니다.
최초 분양할 때도 너무 비싸서 일반분양분 29세대가 전부 미계약분으로 남았고, 결국 올해 10월 입주를 앞두고 다시 분양에 나섰는데요. 명목 경쟁률은 28대1이 나오긴 했는데 여전히 만만한 가격이 아니라 계약이 다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세차익 있으면? 분양가 10~20억이라도 줄서서 산다
수백대1 흥행단지와 마피단지의 온도차는 다름 아닌 시세차익에서 나옵니다. 시세차익이 있다고 판단되면 온 시장에서 청약자와 매수자들이 벌 떼같이 달려들고 있죠. 분양가가 10억이든 20억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3월 평균 경쟁률 124대1을 기록한 ‘경희궁 유보라’가 좋은 사례입니다. 199세대 규모로 아담한 이 주상복합 단지는 전용 59㎡를 10억 4천만 원, 전용 84㎡를 13억 4천만 원에 분양했는데 청약자가 7천 명이 몰렸습니다.
이 분양가의 매력은 주변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통일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경희궁자이 2단지는 84㎡A가 1월에 20억 원으로 거래됐습니다. 경희궁 롯데캐슬 전용 84㎡도 12월에 15억 원으로 거래됐죠.
종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전용 59㎡도 올해 2월에 10억 5천만 원에 거래됐고,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 전용 59㎡도 같은 시기 12억 3천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억대 차익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된 메이플자이는 59㎡ 기준 예상 시세차익이 7~10억 수준이었습니다. 전용 59㎡ 분양가는 17억 4천만 원이었는데, 래미안 원베일리는 같은 면적이 29억 1천만 원, 2018년 입주한 신반포자이 전용 59㎡도 24억 3천만 원에 거래되는 마당입니다.
반면 마피단지들은 할인을 해도 시세차익이 거의 없습니다. 송파 더 플래티넘 전용 72㎡를 살 13억 원이면 이웃한 송파 두산위브나 송파레미니스로 눈을 돌리면 전용 84㎡도 살 수 있습니다. 더샵 송파 루미스타도 심하죠. 18억 원이면 규모나 상징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가 큰 헬리오시티 전용 84㎡A도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이 단지들의 공통점은 과거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려고 29세대 일반분양에 나섰던 단지들이라는 점입니다. 주택법의 통제를 받지 않는 규모까지 일반분양분을 줄여서 임의 분양을 했죠. 당시에는 투기과열지구에서도 마음껏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묘수라고 여겨졌고, 평당 5~6천만 원의 분양가를 호기롭게 책정해서 분양에 나섰습니다만 그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아 보이네요.
상반기 서울 1,501세대 분양 예고… 분양가 겸손할까?
서울에는 올해 상반기 중 3개 단지 분양이 예고됐습니다. 성내5구역과 공덕1구역, 장위6구역 정비사업 물량이 4~5월 분양을 준비하고 있죠. 총 1,501세대 규모입니다. 이번에도 과연 얼마나 겸손한 분양가를 책정할 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