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세권’ 집값 가르는 기준되나?... 대학병원 인근 고가 거래 '속속'

의료 공백 불안에 병원 인프라 관심 고조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충청권 최대 수혜지로 주목

2024-04-03     한민숙 기자
서초구 아파트 전경. 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이른바 ‘의세권’, ‘병세권’ 등 대형병원 의료시설 인프라를 잘 갖춘 지역의 아파트가 두터운 수요를 바탕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지난 1월 경희궁자이 아파트 전용면적 84㎡가 20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인근에 위치한 경희궁롯데캐슬은 같은 평형이 지난 12월 15억원에 거래됐다. 두 단지는 모두 역세권(각각 5호선, 3호선) 단지지만 경희궁자이는 강북삼성병원과 서울적십자병원이 가까운 ‘의세권’ 프리미엄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 위치한 춘천후평우미린뉴시티 역시 강원대학교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등을 이용하기 좋은 아파트로 최근 전용면적 84㎡가 5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2021년 입주 이후 기록한 가장 비싼 가격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최고가 거래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의료 인프라가 주효했다는 평이다. 

한편, 19년째 묶여 있던 전국 의대 정원의 확대가 추진되면서 각 광역시도의 의대 정원추가 배정이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지역별 배정 현황에 따르면 충청권이 7개 의대, 충남(137명), 충북(211명), 대전(201명)을 합해 총 549명이 늘며 가장 많은 증원이 이뤄진다. 충청권이 의대 증원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이유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와 자녀의 충청권 유학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방에서는 지역인재 전형이 시행 중으로, 해당 지방 정원 60%를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3년 과정을 이수한 학생으로 뽑을 예정이라 지방에서 거주를 원하는 학부모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까지 더해지며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의세권’, ‘병세권’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대형병원 주변으로는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 등 고소득 전문 의료인들이 다수 거주하면서 집값이나 소비 등 여러 면에서 평균을 웃도는 곳이 많다”라며 "인구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역시 의료 인프라를 갖춘 주거시설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천안 두정동에서는 단국대 의대와 가까운 ‘힐스테이트 두정역’이 분양 중이다. 단지는 서북구 두정동 37-1번지 일원에 지하 2층~지상 29층, 11개동, 전용면적 84㎡~170㎡, 총 997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약 2km 반경에 위치한 단국대 의대는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서 80명(예정)이 배정됐으며, 이에 따라 인근 주거단지들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단지는 바로 앞에 희망초가 위치하고 북일고(자사고), 북일여고 등 명문학군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두정동∙신부동 학원가도 인접해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대전 서구 도마·변동 1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가장더퍼스트’도 의세권 단지다. 을지대병원,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8층, 15개 동, 전용 59~84㎡, 총 1,77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1,339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경남 김해시 구산동에서는 롯데건설이 ‘김해 구산 롯데캐슬 시그니처’를 4월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2층~최고 지상 29층 6개동, 전용 84㎡, 총 714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종합병원인 강일병원이 도보권에, 조은금강병원이 차량 약 7분 거리에 있는 의세권 입지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