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오피스텔... 월세만 오른다?

2024-03-21     김영환 기자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 19개월 연속 하락, 거래도 절벽

오피스텔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시세는 자꾸 하락하고 거래량도 바닥을 쳤습니다만, 의외로 매매가격을 제외한 지표들은 얼어붙은 수면 아래에서 요동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 이후 오피스텔 시장이 반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오피스텔 시세는 분명한 하락세를 보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2월 99.74p를 기록해 전월 대비 0.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8월 103.55p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한 이래 19개월 연속 하락입니다.

거래량도 신통치 않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사이 수도권에서는 월평균 1,572건의 오피스텔 매매가 신고되었는데요. 지난해 하반기 평균인 1,496건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아파트조차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 오피스텔 거래가 많다면 그것도 이상할 일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오피스텔 매매… 임대·분양은? “활활”

그런데, 다른 지표는 상황이 사뭇 다릅니다. 특히 분양시장이 의외의 선전을 하고 있죠. 올해 공급에 나선 11개 오피스텔은 평균 경쟁률이 13.8대1에 달했습니다. 11개 단지에 미달 평면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체 1,868실 모집에 9,115명이 무더기로 청약에 나섰습니다.

특히 3월 서대문구에 공급된 ‘경희궁 유보라’는 총 11실 모집에 999명이 청약에 나서 경쟁률이 91대1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1월에는 ‘당산역 한강 더로드캐슬’이 경쟁률 16대1을 기록했고, 검단신도시 롯데캐슬 넥스티엘 1단지도 14대1,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5단지도 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영향으로 임차수요가 빌라·다가구를 피해 오피스텔 월세에 쏠리고 있다. 사는 사람은 없고 빌리겠다는 사람만 넘치는 상황이라, 월세는 가파르게 오르지만 매매가격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수도권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는 82.1만 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지난해 2월 기록한 72.4만 원 대비 13.4% 오르는 데 1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1·10 대책 뒷심… 총선 후, 오피스텔 시장 지각변동 오나?

시장에서는 현재 오피스텔 시장의 흐름에는 정부의 1·10 대책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월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에서 소형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과 단기 등록임대의 재도입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대책에선 2025년까지 준공되는 신축 소형주택(60㎡ 이하, 수도권 6억 원 이하, 아파트 제외)을 신규 취득하면 취득세도 깎아주고,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도 제외됩니다. 기존 소형주택도 같은 기간 구입해서 임대등록 하면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다주택자로 하여금 소형주택 매입을 유도해 전월세 시장에 공급하게 하려는 취지입니다. 지방세 관계 법률 위임사항은 개정 작업을 마쳤고, 오는 26일부터 시행됩니다.

총선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단기 등록임대 제도의 도입이 논의될 전망입니다. 지난 2월 22일 발의된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에는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와 함께 임대의무기간을 6년으로 완화한 단기민간임대주택의 신설에 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소형 오피스텔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거래량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에 수도권에서 거래된 소형(전용 60㎡ 이하) 오피스텔은 총 1,653건으로, 지난해 2월 거래량에 근접할 정도로 늘었습니다. 3.3㎡당 실거래가도 2,369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를 통틀어 최고 기록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대책도 나왔죠. 19일 대통령실이 진행한 민생토론회에서는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비아파트 소형·저가주택 공시가격 기준을 수도권 3억 원, 지방 2억 원(기존 수도권 1.6억 원, 지방 1억 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오피스텔 매수의 진입장벽을 낮춰 수요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총선은 어느 쪽이 승리하든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총선 이후로 결정을 유보하고 시장을 떠난 투자수요가 돌아오게 되므로, 오피스텔 매매 시장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