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 미분양 1만 호 돌파… 전월 대비 43.3% 늘어
수도권 미분양 6,998→10,031호… ‘물량폭탄’ 소화 못해
수도권 주택시장에 미분양이 쌓이고 있습니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1월까지는 전국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12월에 쏟아진 ‘물량 폭탄’에는 견디지 못한 모습입니다.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것으로 여겨졌던 수도권 주택시장에도 난리가 났습니다.
1월 30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3년 12월 주택 통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 2,489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만 7,925세대를 기록한 11월보다 4,564세대가 늘어, 상승률이 7.9%에 달했습니다.
수도권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12월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미분양 물량은 1만 31세대로 집계되었는데요. 11월에 기록한 6,998세대 대비 3,033세대 늘었습니다. 대단지 2~3개가 통째로 미분양이 난 셈으로, 상승률로 따지면 43.3%에 달합니다.
시장에서는 12월에 터진 ‘물량 폭탄’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미처 시장이 소화할 수 없을 만큼의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졌다는 겁니다.
실제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에는 1만 5,183세대의 일반분양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도권 일반분양 물량이 1만 5천 건을 넘은 건, 1만 7,776세대를 기록한 2020년 6월 이후 42개월 만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길 기다리면서 한 해를 보낸 사업자들이 결국 더 버티지 못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분양에 나서면서 분양 물량이 몰렸고, 정책금융이 줄어들면서 구매력이 약화된 대기수요가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대규모로 미분양이 쌓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닥 친 매수세… 준공 후 미분양도 대량으로 늘어
대규모 미분양의 원인에는 바닥을 친 매수 심리도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총 9,321세대에 불과했습니다. 수도권 매매거래량이 1만 건 이하로 내려온 건 6,332건을 기록한 2023년 1월 이후 약 1년 만입니다.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11월에 2,089세대를 기록해 이미 2천 세대를 돌파했고, 12월에는 이보다 80여 세대를 추가해 2,167세대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이 2천 세대를 넘은 건 2020년 6월(2,082세대)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 매매시장은 특례 보금자리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구매력이 동난 소비자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해 주니 아파트를 사거나, 미분양 물량을 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매매 거래량과 준공 후 미분양 재고량은 특례 보금자리론 취급이 종료된 9월 이후 큰 폭으로 요동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에 1,992건을 기록했던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8월(1,751세대)까지 소폭 감소했으나, 10월 이후 큰 폭으로 다시 늘기 시작했고, 거래량 역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2월) 이후 6월까지 큰 폭으로 순증해 1만 5천 건 이상을 기록했으나, 10월 들어 매달 13~19%씩 감소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없는 구매력을 미래에서 끌어온 특례보금자리론이 끊겼으니, 시장이 다시 얼어붙는 건 당연하다.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됐지만 지원 범위가 특례론 보다 큰 폭으로 축소됐으니 지난해 특례론 만큼의 부양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