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1호’ 케이뱅크, IPO 재추진...기업 가치 얼마?

2017년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초기 4년간 3693억 원 적자 2022년 상장 추진했으나 지난해 2월 상장철회 카카오뱅크 주가 및 토스뱅크와 경쟁 IPO 흥행의 변수

2024-01-25     정소유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하 인뱅) 케이뱅크가 다시한번 IPO(기업공개)를 추진합니다.

케이뱅크(은행장 최우형)는 지난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IPO 추진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이번 이사회 의결에 따라 상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합니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2500억 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한국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으나 이후 4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산업자본 투입과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번번히 발목을 잡히며 필요할 때 자본 확충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향으로 대출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며 한참 성장할 시기 영업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2017년 837억 원, 2018년 796억 원, 2019년 1007억 원, 2020년 105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4년간 당기순손실 누적액만 3693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사이에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가 주춤한 틈새를 파고들어 성장세를 이어가 2019년 고객수 1000만 명, 2020년 고객수 1500만 명 돌파하는 등 인뱅 선두자리를 꿰찼습니다. 이후 2021년 8월 코스피 상장에도 성공하고 현재까지도 인뱅 선두자리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대표이사 윤호영, Daniel)에 인뱅 선두자리는 내줬지만 케이뱅크도 2021년부터는 225억 원의 연간 흑자로 전환한 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2년 836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38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객수도 2020년 말 기준 219만 명에서 2023년 말 기준 953만 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수신잔액 및 여신잔액도 5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케이뱅크는 흑자전환을 바탕으로 지난 2022년 IPO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상장이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실제 케이뱅크는 2022년 9월 20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2월 보도자료를 통해 “대내외 환경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등 상황을 감안해 상장 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밝히며 상장을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이달 초 최우형 은행장이 취임하며 취임사에서 고객을 향한 재도약을 선언하며 ‘고객에게 신뢰받는 Tech-leading 뱅크’가 되자고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IPO 추진을 통해 케이뱅크는 고객 기반을 넓혀 기업 가치를 높임으로써 IPO를 성공적으로 마쳐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IPO로 확보한 자본으로 영업 근간을 강화해 혁신금융과 상생금융 등 인뱅의 성장 선순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입니다.

다만 IPO 추진 시 기업가치 산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케이뱅크는 2022년 상장 추진 당시 기업가치를 7~8조 원 수준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장외거래 가격은 23일 기준 1만 1800원으로 52주 장외거래 최고가 1만 4000원 대비 15.71% 떨어진 상태입니다.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추이도 IPO 흥행여부의 중요 요소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3일 2만 9300원으로 장을 마쳤는데 이는 1년 내 최고가 3만 500원 대비 4.1% 떨어진 상태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상장 당시 7.3배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32배로 하락했는데 이 수치를 케이뱅크 지난해 3분기 자본총계 1조 8929억 원에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4조 3915억 원입니다. 이대로 IPO를 진행될 경우에는 기존에 목표했던 기업가치와는 격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케이뱅크는 인뱅의 또 다른 후발주자인 토스뱅크(대표 홍민택)와의 경쟁도 IPO 흥행의 또 다른 변수입니다. 토스뱅크는 21년 10월 출범이후 중도상환수수료 무료 정책, 매달 내는 돈 낮추기,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 등을 내놓으며 지난 17일 기준 고객수 900만 명을 돌파해 케이뱅크 고객수(953만 명)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는 8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출범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토스뱅크의 모회사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토스는 이달 중 주관사단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IPO에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 IB업계의 따르면 지난 9일자로 주요 증권사들에 입찰제안서(RFP) 접수를 마감한 뒤 17일 이들을 상대로 경쟁 PT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스의 기업가치는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으며 데카콘기업(기업가치 10조 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국내 증시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기업인 토스가 상장할 경우 토스뱅크에도 자금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케이뱅크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IPO와 관련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안건을 승인하고 다시 IPO관련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아갈 예정”이라며 “상장시점은 시장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연내를 목표로 준비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