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처리되는 법안에 맥 빠진 수요자들... 부동산시장은 한숨만

2024-01-02     박지혜 기자

깨어난 법안도, 잠자는 법안도 무용지물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막을 내린 가운데 연내 입법이 무산된 법안들은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처리가 지연되며 장기 계류중인 이들 법안은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반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여전히 시끄러운 법안들도 있습니다. 

부랴부랴 처리됐거나 공수표로 전략할 우려에 빠진 법안들이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재건축 숙원 법안들 벼락치기로 통과 

올해의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됐습니다. 벼락치기 입법 처리라고 할 정도로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어선 법안들이 많았는데요. 

이중에서도 장기간 표류하던 재건축 숙원 법안들이 극적으로 통과됐습니다. 

우선 최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주민들의 숙원이던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계획도시의 정비 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이 통과됐습니다.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 것이 핵심인데요.

해당 특별법은 △100만㎡ 이상의 대규모 주택공급지역이 조성된 지 20년 이상 경과했을 때 빠른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 가능 △특별정비구역 내 재건축은 통합심의하고 안전진단 면제 및 용적률 상향과 같은 건축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기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51곳, 주택 103만 가구가 해당 특별법 적용 대상으로, 이에 따라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낙후된 원도심을 재정비하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여야가 1기 신도시 특별법과 함께 처리하기로 약속한 개정안으로, 1기 신도시 특별법 적용이 어려운 구도심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습니다. 

개정안은 재정비 촉진지구 최소 면적을 현행 50만㎡에서 10만㎡로 완화하고, 재정비촉진계획 수립 시 적용하는 용적률과 높이 제한 등 건축규제 완화 특례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밖에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 금액 기준을 8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나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 등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처리됐습니다.

 

잠자는 법안들 깨웠지만...여전히 잠잠한 시장

이들 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은 넘었지만 문제는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선 1기 신도시 특별법이나 재초환 완화 법안이 시장에 긍정적인 호재는 맞지만 통과돼도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금리, 공사비 등의 영향으로 사업성이 높지 않는 한 섣불리 재건축을 하기 어렵고, 재초환이 완화됐어도 분담금 등 비용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회 문턱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에서는 특별법 제정에 별다른 반응 없이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가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모습입니다. 침체 분위기를 살리거나 가격 급등 등의 반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처럼 국회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주요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하나 둘 깨어나곤 있지만 예상 외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도록 논의돼 온 사안인 만큼 일찍이 기대감이 반영됐고, 고금리와 높아진 공사비 등으로 수요자들 부담이 커질 대로 커져 막상 법안이 통과돼도 미적지근한 반응입니다.  

 

'발등의 불' 아직도 국회 벽 못 넘는 민생법안은?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은 법안들 입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법안 중에선 여전히 수개월째 처리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표류 중인 법안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실거주 의무 폐지가 있습니다. 1기 신도시 특별법과 재초환에 밀려 연내 처리가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예상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각종 규제 완화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무산 위기인데요. 

실제로 올해 1월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라 분양권 전매제한은 4월부터 풀렸지만 함께 시행하려고 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는 국회에 발이 묶인 채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내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는 해를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되면 개정안 통과는 더 어려워집니다. 사실상 내년 총선 영향으로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혼란 그 자체입니다. 전매제한이 풀려도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매를 할 수 없습니다. 실거주 의무가 있는 한 전매제한이 풀려도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거주 의무 폐지 법안 등이 폐기되면 분양권 거래 위축 등 분양시장에 침체 분위기가 짙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 여야 갈등으로 늦장 처리되거나 아예 논의 자체가 실종된 법안들이 추진 동력을 잃고 무산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향후 부동산시장이 받게 될 영향에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