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분양가에 건설카르텔 우려까지”...LH혁신안, 제대로 시행될까?

2023-12-14     김영환 기자

국토부 “권한·이권 집중된 LH 힘뺀다”

지난 12일 국토부가 LH혁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 이후 세 번째로 나온 혁신안입니다. 국토부는 이번에야말로 LH의 총체적 부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야심차게 밝혔습니다.

이번 혁신안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LH 힘빼기”입니다.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탓에 부실이 생겼다고 진단한 겁니다. 국토부는 세부 추진과제로 LH가 독점하던 공공주택건설사업은 민간에 개방하고, 업체 선정권한은 다른 기관으로 돌리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초에 LH가 막대한 권한을 가져야 했던 이유인 공공주택사업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저렴한 공공주택 아파트는 사라지고, 권한의 이동에 따라 새로운 카르텔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공공주택사업 민간개방… ‘민영화’로 공공성 확보할 수 있나?

국토부는 LH가 시행을 독점하던 공공주택 건설부문을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공공주택 특별법을 개정해서 ‘민간시행 공공주택’ 유형을 신설하고, LH와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국토부는 분양가나 하자 빈도, 입주민 만족도 등을 공급주체별로 비교 경쟁해서 선호도 높은 고품질 브랜드의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분양가나 공급기준은 지금의 공공주택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니 공공성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보았죠.

다만 시장에서는 민간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공공주택 사업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건설사가 공기업인 LH만큼 이윤을 줄여 저렴하게 고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주택기금을 통해 저리 융자를 지원하고, 미분양 주택은 LH가 매입해서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설명인데요. 지나친 인센티브는 ‘특혜’가 될 수 있어 수위 조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아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참여연대는 “황당한 민영화”라는 입장을 발표했죠. LH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생기는 손실을 공공택지나 공공분양으로 채우는데, 돈 되는 부분을 민간에 툭 잘라서 내 주면 정작 공공주택 분양가는 오르고, 공공임대의 공급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조달청도 전관문제 적지 않아… 전관 업체 배제는 위헌 소지도

공공주택 사업의 설계·시공업체 선정권을 조달청에 이관하는 방안도 “조달청 전관 카르텔로 바뀔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달청은 ‘조달마피아’의 전관예우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관입니다.

실제로 2018년에는 감사원이 조달청 직원 4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죠. 감사원 감사 결과 2011년부터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을 집행하면서, 전관업체에 예정가격을 초과한 입찰을 허용해서 계약을 체결해 국고를 낭비했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조달청에 대한 평가도 바닥입니다. 당장 올해 국정감사에서 2019년 이후로 5년간 조달청 퇴직자가 정부조달마스협회, 정부조달우수제품협회 등 유관기관에 재취업하고, 위탁 업무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체면을 구긴 바 있죠. 국민권익위가 진행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도 조달청은 지난해 기준 4등급으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습니다.

국토부가 LH 전관 카르텔 해체를 위해 마련한 ‘2급 이상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의 입찰 참여배제’ 방침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석한 겁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실의 질의에 “LH 퇴직자를 고용했다는 것만으로 해당 업체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서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LH 혁신안은 보기 드물게 파격적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내부 단속 강화 정도의 맥빠진 구호로 그친 지난 2개의 혁신안과는 확실히 다르죠. 좋든 싫든 LH와 공공주택 건설분야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입니다.

이번 혁신안은 정부의 기대처럼 공공과 민간의 건전한 경쟁으로 품질 높은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전관에 의한 이권 개입을 차단해서 혈세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