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보다 무서운 미입주... 계약해지 악몽 현실화되나
주산연 입주전망지수 급락, 10월 입주율은 70.9% 불과
미분양보다 살벌하다는 ‘미입주’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자금조달 문제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수분양자가 늘고, 악성 미분양(준공후미분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건설업계는 기대하던 특례론 연장이 무산되자, 입주기간을 연장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이 70.9%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주산연이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한 결과인데요. 전월(65.1%) 대비 5.8%p 상승했으나, 새로 지은 아파트 10채 중 3채는 입주를 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전망도 썩 좋지 못합니다. 주산연에서 집계한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11월 기준 72.9p에 불과합니다. 전월(92.4p)보다 대폭 낮아진 수치로, 수도권과 광역시 모두 20p 이상의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조사·집계하는 지수로, 100보다 낮을수록 입주전망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사를 완료하고도 분양을 마치지 못한 악성 미분양(준공후미분양)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의 준공후미분양 물량은 총 9,513가구까지 증가해 1만 가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2021년 3월(9,965가구) 이래 30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집 못 팔아서 입주 못해” 전세 거래도 줄어
미입주의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시장 침체입니다. 당초의 계획과 달리 기존 주택의 매각이나 대출이 여의치 않은데, 치솟은 전세가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려워진 겁니다.
실제로 주산연 조사에 따르면 10월 기준 미입주 사유 1위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이 41.7%를 차지했습니다. 미입주 10채 중에 4채는 실제로 수분양자가 입주하려 했으나, 기존에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주택 매도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40,746건까지 치솟았던 아파트 매매거래는 9월 기준 37,629건으로 감소했습니다. 서울에서도 8월에 3,859건을 기록한 후 10월에 2,294건까지 거래가 줄었습니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
업계 관계자는 “특례 보금자리론과 50년 주담대가 공급한 유동성으로 올해 거래가 반짝 늘었으나, 정책금융이 축소되자 바로 거래가 줄었다”고 설명하는 한편 “위험수위에 오른 가계부채의 원흉으로 정책금융이 지목된 만큼 당분간 유동성 공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세거래도 쉽지 않습니다.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전세가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높아진 전세가격이 진입장벽을 형성하면서 신규 전세거래는 외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도권의 평균단위전세가격은 3.3㎡당 1,480만 원에 달합니다. 올해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던 평균단위전세가격은 5월에 1,433만 원을 찍고 상승추세로 전환했습니다. 채 반년도 되지 않아 3%가 넘게 올랐습니다.
반면 거래는 축소되고 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에는 수도권에서 총 26,811건의 신규 전세 거래가 있었는데요. 10월 들어서는 17,668건으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앞서 9월에도 18,925건의 거래가 발생하는데 그쳤습니다.
업계에선 수분양자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워줄 “특례론 연장”이 무산되자 입주율 개선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김포의 A단지는 최근 입주기간을 2개월에서 5개월로 대폭 늘려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야 할인분양이라는 최후의 카드가 있지만, 미입주는 뾰족한 도리가 없어서 더 큰 문제다. 그나마 최근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담대 고정금리가 내려오고 있는 게 희망이라면 희망인데, 시장 전반의 매수세를 끌어올려서 기존주택 매도에 도움까지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