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게는 받고 싶고 팔기는 다 팔아야겠고” 공사비보다 더 오른 분양가
전국 중형아파트 분양가 1년 사이 11% 올라… 미분양관리지역에서도 올랐다
주택시장에 미분양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작 분양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미분양 적체로 신음하고 있는 지방 시장에서도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어, 공급자들의 강도높은 자구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중형 민간아파트(전용면적 60~85㎡)의 3.3㎡당 분양가격은 1,590만 원으로, 전년 동기(1,432만원/3.3㎡) 대비 11% 올랐습니다. 특히 전용 60㎡ 이하 소형의 경우 같은 기간 1,344만 원에서 1,637만 원으로 올라 상승률이 21.8%에 달했습니다.
상황이 나쁘다는 지방시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의 중형(전용면적 60~85㎡) 아파트 분양가는 같은 기간 13% 올라 3.3㎡당 1,818만 원을 기록했고, 강원도와 대전, 광주, 전북, 세종, 부산도 10%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미분양 여전히 심각한데… 건설공사비 상승률마저 상회하는 분양가 상승률
시장에서는 현재의 미분양 적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높은 분양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시세 수준으로 분양을 하더라도 장래의 가치상승을 점친 청약자가 몰렸으나, 침체기에 접어들자 현재의 시세로 2~3년 뒤의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울산에 분양한 3개 단지는 모두 미달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울산의 올해 평균 분양가는 3.3㎡당 1,602만 원으로, 938만원을 기록한 10월 기준 신축(준공 5년 이내) 아파트 평균 시세의 2배에 가깝습니다.
분양가가 상승추세를 타면서 분양시장 분위기는 극도로 침체되고 있습니다.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과열이 있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시장은 분위기가 호전될 기미도 없습니다. 올해 분양한 99개 단지 가운데 43곳은 분양물량 이상의 청약자를 모으지 못했습니다. 열 곳 중에 네 곳에서 미달이 난 셈입니다.
미분양 물량의 적체도 심각합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수도권 제외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5만 2,134세대로, 같은 시기 전국 미분양 물량(59,086세대)의 87.1%에 달합니다.
올해 1월 이후로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사이 지방시장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5만 8,31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한 물량의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건설원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명분도 빛이 바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래 1년 간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46.07p에서 150.54p로 3.06%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중형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11%)에 비해 상승폭이 제한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적체가 이어지면서 무이자대출이나 안심보장제(이후 계약조건 변경 시 소급적용)까지 나왔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최후의 수단인 할인분양이 분양률 개선에 효과적이지만, 지금은 파격적인 할인 폭을 보이지 않는 이상 소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탈출은 할인 순? 고민 깊어지는 건설업계
미분양 적체가 길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비로소 높은 분양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구 등 미분양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꼽히는 할인분양을 강행해서 활로를 찾는 단지도 나왔습니다.
대구의 A단지는 올해 10월에 분양물량 전량을 털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5월 공급한 이 단지는 전용 77㎡를 10억 4천만 원, 84㎡를 11억 5천만 원에 공급해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인데요. 결국 최대 25%의 할인분양을 진행했고, 간신히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어지간한 할인폭으론 수요층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관측마저 나옵니다. 실제로 대구에서 공급한 B단지는 6월에 최대 12.8%의 할인 행사를 진행했으나 반응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B단지는 전용 158㎡ 기준 15억 원의 분양가를 책정했는데요. 15억원이 넘는 분양가에 12.8%를 할인해도 13억 원이 넘습니다. 반면에 이웃한 단지의 전용 152㎡는 9월에 8억 8,500만 원으로도 실거래가 성사됐습니다. 비교대상 단지가 2005년 입주한 단지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신축 프리미엄으로 4억 원은 과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울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반기에 분양한 주상복합 C단지의 경우 3.3㎡당 8억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했는데요. 인접한 2022년 준공 단지의 경우 전용 84㎡가 올해 7월에 5억 9,930만 원으로 실거래가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분양가를 2억원 가까이 깎아야 실거래가에 근접하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분양은 공급자 입장에선 최후의 선택지다. 시장환경이 개선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발목을 잡고, 기분양자의 분노도 뒷덜미를 채니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하는 한편, “다만 미분양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금융비용도 증가되기 때문에, 앞으로 할인분양에 나서는 단지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