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또 사상 최대…주담대•신용카드 이용 ‘급증’
지난해 3분기 이후 1년 만에 다시 1,870조 원 대로 회기 개인회생 신청건수 10월까지 10만 건 육박…사상 최고치 전망
가계 빚 규모가 1년 만에 1,87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증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2025년에는 가계 빚이 2,000조 원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심히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 6,000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6월 말(1,861조 3,000억 원) 대비 14조 3,000억 원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여기서 가계신용이란 금융기관(은행·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에서 빌린 대출에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인 판매신용을 합친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71조 1,0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2분기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다 올해 2분기에 다시 상승추세로 전환한 이후 1,870조 원대로 회기 한 것입니다.
이렇듯 가계 빚 규모가 늘어난 요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어려움을 겪자 빚으로 생활자금을 마련한데다 주식, 가상화폐 투자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올해 초 이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는 움직임이 보이자 주택담보대출이 17조 원 이상 급증했고, 일본 엔화 약세에 따른 여행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카드 사용 규모도 커진 것도 하나의 요인입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 잔액을 살펴보면 9월 말 기준 잔액은 116조 6,000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6월 말 대비 2조 6000억 원(2.2%)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다만 문제는 카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8월 말 기준 2.9%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5년 8월(3.1%)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판매신용 잔액이 가계대출(1,759조 1000억 원)에 비해서는 소액이지만 110조가 넘는 큰 금액이기 때문에 여기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기관의 새로운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게다가 현재 신용대출 기준으로 6%가 넘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현 수준이나 추가로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는 만큼 가계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빚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사실상 10만 명을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9만 9,86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1~12월) 8만 9,966건을 1만여 건 가량 넘어선 수치로 아직 11~12월 신청건수가 집계되지 않은 만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개인회생제도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파탄에 직면하였으나 장래에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개인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 절차입니다. 채무자가 채무를 조정 받아 법원이 허가한 변제계획에 따라 3년 이내(단,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5년 이내) 채권자에게 분할변제를 하고 남은 채무는 면책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렇듯 가계 빚이 상당해 이자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금리 하락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2일 새벽에 발표된 미국 11월 FOMC회의록에서는 연준의원들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며 금리인하에 대한 어떠한 말도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는 빠르면 내년 3월 늦어도 내년 6월부터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FOMC회의록에서는 금리인하에 대한 아무 신호도 나오지 않았던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동안 현재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준금리 역시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현재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더불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다시 1%대 저금리로 돌아가기 쉽지 않을 거라고 이미 수차례 언급한 적이 있었던 만큼 가계에서는 빚에 대한 관리와 함께 이자 납부에 대한 경제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