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현대 ‘11억’ 하락....'철옹성' 강남도 흔들린다

2023-11-21     박지혜 기자

부동산시장 한파에 강남도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강남 시장을 견인하던 단지 중 한 곳인 압구정 현대1차는 최근 11억원이나 하락한 가격에 매매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거래만 되면 신고가를 기록해 철옹성처럼 여겨지던 강남에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락 쓰나미가 강타한 강남 아파트를 짚어봤습니다. 

 

강남 부동산시장 한파주의보… 주요 단지 수억 ‘뚝뚝’

지난해와 달리 오름세를 보이며 꿈틀거리던 강남 부동산시장이 다시 얼어붙은 분위기입니다.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이지만 주요 단지마다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면적 196㎡은 지난 10월 67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직전 거래가인 4월(78억원)보다 6개월 만에 11억원이 하락했습니다. 전 고가(2022년 7월, 80억원)와 비교하면 16%가량 하락한 셈입니다. 

수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으로 하락 거래가 이뤄진 단지들은 또 있습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14㎡의 경우 지난 10월 35억5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동일 면적이 지난 7월 39억원까지 계약됐지만 이후 35억원 선으로 급감했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면적 78㎡는 지난 10월 직전 거래(8월)보다 3억원이 하락한 31억원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면적 최고가(2022년 6월, 43억8000만원)와 비교하면 약 30% 하락한 것입니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135㎡는 지난 10월 직전 거래가인 33억원보다 6억원 떨어진 27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전 고가(2022년 2월, 35억5000만원)와 비교해 8억5000만원이 떨어진 금액입니다. 해당 평형대가 3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5월 이후 2년6개월 만입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위축된 시장…하락기 초입 관측 나와

강남 주요 단지마다 심리적 저지선으로 통하는 최저선의 가격대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송파 잠실처럼 수요자들에게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 조차 5억원 이상 거래가가 떨어지고 있는데요. 

그나마 2022년 시세 수준보다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등장하면서 하락 거래라도 되고 있지만, 이러한 급매 물건이 아니면 매매 계약조차 체결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전언입니다. 

이러한 매수 위축의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입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 상단은 7%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강남권은 금리에 좌우되지 않았지만, 올 들어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규제가 폐지되면서 강남권 아파트들도 금리 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요. 

여기에 올해 중순부터 과도하게 부풀었던 매매가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대외적인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가격 하락에 한 몫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격 매수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매물건수는 7만7545건으로, 10월초(7만2154건)와 비교해 7% 이상 늘었습니다. 이러한 거래 침체의 벽 앞에 집값 하락세는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데요. 

일각에서는 철옹성 같은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건 서울 외곽을 비롯해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 또한 더 급락할 수 있다는 시그널인 만큼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를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부동산시장에 다시 한 번 한파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영향으로 강보합 시장이 이어지며 내년 1분기까지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특례대출 등이 강화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꺾인 만큼 거래는 급감하고, 매물은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확실히 상승세가 둔화된 상황입니다. 대출 금리 인상에 금융 부담이 커진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매수 시점을 계속 미루는 추세여서 이러한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