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 낳아도 다자녀 특공" 정부 저출산 대책, 효과 있을까?

2023-09-04     김영환 기자

12년 헛발질 정부 저출산 대책… 이번에는 과연?

 

세계 1등 저출산 기록에 빛나는 한국이 온몸 비틀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 각 부처에서 머리를 싸매고 아이디어를 내고 있죠. 결혼과 육아의 가장 큰 허들인 부동산 분야에도 당연히 여러 대책들이 등장했는데요. 정말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싶어지는 내용들인지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국토교통부 – 공공주택 입주 기회 확대

국토부는 출산가구의 공공주택 입주 기회를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내용은 ①2자녀도 다자녀 특공 가능 ②소득∙자산기준 완화 2가지로 종합할 수 있으며, ③가족 규모가 크면 더 큰 주택을 임대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합니다.

제일 눈길을 끄는 내용은 ①공공분양 다자녀 특별공급 대상 확대입니다. 현행 규정에선 공급물량의 10~15%를 3자녀 이상 무주택세대에 특별공급하고 있는데, 자녀가 둘이라도 다자녀 특공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자녀수 배점도 일부 조정됩니다. 2명은 25점을 받게 되고, 3명은 35점(+5점), 4명 이상은 만점인 40점(+5점)을 받습니다. 요즘 시대에 자녀가 5명 이상인 가정은 아주 희소한 점을 고려해서 기준을 정리했네요.

②3월 28일(저출산대책 발표일) 이후로 자녀를 출산했다면 미성년 자녀 1인당 10%p씩 소득∙자산요건이 완화됩니다. 맞벌이 신혼특공 소득기준은 우선공급 기준으로 월평균소득 120%인데, 자녀가 둘이면 140%까지 완화됩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신혼특공의 경우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는 합산 781만원(3인이하 120%), 같은 조건에 자녀가 1명이면 846만원(3인이하 130%), 자녀가 2명으로 늘어나면 1,067만원(4인 140%)이 소득 기준이 됩니다. 부동산∙자동차 자산기준도 10%씩 늘고요.

③공공임대주택에도 혜택이 있습니다. 입주자를 선정할 때 배점이 동점이면 추첨에 들어가는데, 일단 추첨 전에 만1세 이하 자녀가 있으면 우선공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구수에 따라 신청 가능한 면적에 차등을 두어서 경쟁을 분산하기로 했습니다.

국토부의 이번 개정 시행규칙을 한 줄로 정리하면 ‘지금 자녀를 낳으면 내 집 마련 경쟁에서 유리할 것’입니다. 특별공급에 지금보다 더 많은 가정이 도전할 수 있게 되죠. 임대주택도 아이를 낳으면 당첨이 쉽고, 아이가 많으면 큰 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특별공급이 인기를 얻은 이유가 ‘경쟁자가 적다’는 데 있다는 겁니다. 공급물량을 늘리지 않고 경쟁자만 늘리면, 오히려 특별공급이 더 필요한(지금도 특별공급이 가능한) 사람들이 집을 구하기는 지금보다 더 팍팍해 지겠죠. 내 집 마련을 한 다음에 출산을 계획한 부부가 있다면, 그만큼 출산을 더 미룰 수 밖에 없겠네요.

이미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가정에도 반갑기만 한 소식은 아닐 겁니다. 소득∙자산기준 완화는 3월 28일 이후에 출산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부모들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구조일까요? 그럼 저출산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만큼, 아이를 늦게 낳을수록 가장 큰 혜택을 보겠는데요.

 

행정안전부 – 육아 목적으로 취득한 주택, 취득세 500만원 감면

앞서 17일에 행안부는 ‘2023년 지방세입 관계법률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도 출산을 장려하는 내용이 있는데요.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500만원 한도에서 취득세를 100% 감면해주는 내용입니다.

취득세 500만원이면 상당하죠. 만약 요건을 갖추고 4억 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취득세가 완전 면제됩니다.(지방교육세 포함 취득세 1.1%, 495만원). 놀랍게도 최소납부세재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요건은 4가지입니다. ①내년부터 2년 사이에(‘24.1.1.~’25.12.31.) 자녀를 출생한 부모가 ②양육 목적으로 취득하는 주택이어야 하고, ③출산일로부터 5년 이내에 주택을 취득해야 하며(주택 취득 후 1년 이내에 출산한 경우도 포함) ④1가구 1주택에 해당해야 합니다.

물론 꼼수를 막기 위해 추징요건도 만들어 뒀습니다. ①취득하고 3개월 안에 자녀와 전입하지 않거나 ②실거주 3년도 안 돼서 매각, 증여, 임대 따위를 하면 감면되었던 취득세를 추징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가구에 큰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하겠는데요. 주택 가격에 상한선이 없고, 취득세가 500만원이 넘으면 산출세액에서 공제해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가격이 비싼 고가주택의 경우에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이 500만원 혜택도 24~25년생 아기를 낳아야 받을 수 있으니 지금부터 얼른 아기를 만들어야겠네요. 참고로 생애최초 주택취득의 경우 200만원 공제 혜택이 있는데, 지방세특례제한법은 원칙적으로 같은 과세대상에 대해 중복감면을 배제하기 때문에 700만원 감면은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기획재정부 – 신혼부부, 양가 합산 3억 원까지 증여세 0원

기재부는 ‘2023년 세법개정안’에 혼인한 자녀에 대한 결혼자금 증여 공제를 신설했습니다. 직계존속으로부터 혼인신고를 전∙후해서 각 2년 간 증여 받은 재산은 1억원을 추가 공제합니다.

자녀 1인에 대해 10년간 기본공제 5천만원은 따로 적용되고, 혼인은 두 사람이 하기 때문에 양가 합쳐서 3억원까지 증여세 부담 없이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기재부는 물가상승이나 결혼자금의 현실, 외국사례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개정안은 이미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는데요. 야당에서는 주로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용우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상위 30%만 누리게 되는 혜택이라며 “1억원 이상을 증여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결혼과 출산이라는 중대한 결심을 고작 1천만원의 세제 혜택으로 하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혼인∙출산하면 내 집 마련 쉬워진다… ‘물론, 저렴하다곤 안 했어’

정부의 저출산 관련 부동산 대책들을 2가지로 종합하면 ①내 집 마련의 기회 확대와 ②각종 세제 혜택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청약이 좀 더 유리해지고, 부모님 도움 받기도 편해지고, 취득세 부담도 줄어든다고 하니 내 집 마련에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 정책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도 결혼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이고, 출산을 포기한 부부에게도 아기를 양육할 용기를 불어넣어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시대를 다시 만들 수 있을까요? 효과를 지켜볼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