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인상 움직임에 서민들 한숨 나온다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3.65~3.85% 수준, 저축은행은 연 4% 넘는 예금상품도 있어 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연 7%대 진입 앞둬
시중금리 인상 움직임에 대출금리가 심상치 않은 상황입니다. 채권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유동성 규제 강화 속에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4%대 복귀를 앞두고 있습니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최고금리 기준)는 연 3.65~3.85%로 나타났습니다. 정기예금(12개월) 상품 가운데 최고금리가 연 4%를 넘는 상품들도 있습니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10%),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4.02%),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4%)입니다.
여윳돈이 있는 상황이라면 예금금리가 올라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어 좋을 수 있지만 대출을 받아둔 서민의 입장이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예금금리가 오를 때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입니다.
예금금리 상승은 은행 변동형 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SC제일·한국씨티·중소기업)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에 따라 이를 반영해 오르거나 내리게 됩니다. 실제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7%로 5월(3.56%) 대비 0.14% 올랐으며 지난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미국 국채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면서 국내 대출금리에 직결되는 은행채 금리 역시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미국의 대표적 장기국채인 10년물 금리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세계 채권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지표로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3% 중반때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8월 1일 종가 기준 4.047%를 기록한 이후 계속 4% 이상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재무부에서 장기채 발행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점도 상승 요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으로 채권 발행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 이전보다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코픽스 상승에다 미국 채권 금리까지 높게 형성되며 국내 대출금리를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기준 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12~6.73%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시중금리 인상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연 7%대 진입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완화됐던 유동성 규제가 정상화되면서 은행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예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 역시 예금금리를 끌어올리며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미국 국채와 코픽스 상승 영향으로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어 앞으로 4%가 넘는 예금상품이 늘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와 같이 5%가 넘는 고금리 예금상품이 등장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최근 예금금리를 비롯한 시중금리 인상이 결국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둔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심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시중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이자 부담을 느낀 영끌족들의 매물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영끌족들이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만큼 원하는 부동산이 있다면 하반기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