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월셋집 도배장판 수리비용 누가 부담하나?

  • 리얼꿀팁
  • 입력 2022.09.22 09:05
  • 수정 2023.03.22 11:36

 

 

8월 폭우에 이어 9월 상륙한 태풍 힌남노로 인해 전국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 리얼캐스트에서는 침수 피해의 회복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천재지변의 경우, 원칙적으론 임대인이 고쳐야

 

 

 

 

 

원칙부터 말씀드리면 ‘살 수 없게 된 집을 다시 살 수 있게 만드는 건’ 임대인이 해야 할 일입니다. 임대인은 민법에 따라 주택임대차계약의 존속 중에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하지만 임대인이 집에 생기는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질 순 없습니다. 법원은 사소한 고장 따위는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니, 임차인이 알아서 고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집에 큰 문제가 있으면 임대인이, 사소한 문제는 임차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크고 작음은 입장마다 달라지는 터라, 어느 정도 예시를 들어 둘 필요는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수명이 다 된 형광등, 낡은 샤워기, 변기레버, 방문고리 따위의 작은 소모품들은 큰 문제가 아니니 임차인이 알아서 해결하는게 적절합니다. 반면 보일러나, 변기, 현관문 따위가 아예 새로 달아야 할 정도로 망가졌거나, 전기배선이나 수도배관 등 큰 문제는 임대인이 고쳐주는 게 맞죠.

침수 피해의 경우 제일 문제되는 피해가 도배∙장판이죠. 지역과 면적마다 다르지만 집 전체를 새로 바르려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상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배∙장판이 아예 망가지고 더럽혀져 사람이 살 수 없게 됐다면, 대수선에 속하므로 우선 임대인이 수리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임대인이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택임대차의 목적물이 주택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면 임대인이 민법에 따른 수선의무를 이행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딱 잘라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협상력 차이가 문제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도배∙장판의 경우 전등이나 보일러처럼 사용 가능/불가능 상태가 명확하게 갈리지 않고, 소모품인 까닭에 집집마다 상태도 제각각입니다. “이런 데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죠. 당연히 직접 살게 되는 임차인은 아주 엄격하게,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싶지 않은 임대인은 대단히 관대하게 판단하게 됩니다.

게다가 임대인도 처지가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기록적인 폭우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도 못했고, 평범한 대비로는 해결도 안되는 대형 재해 때문에 한번에 갑자기 목돈이 나가야 한다면 난처할 수 밖에 없죠.

이 문제를 가지고 법원에 가기도 애매합니다. 물론 집주인이 수선을 해주지 않으면 집을 사용하지 못한 정도에 따라 차임 일부의 지불을 거절할 수도 있고, 아예 살 수 없게 됐다면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도 있으며, 계속 수선해주지 않고 버틴다면 임대차계약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죠.

하지만 돈 100만원 때문에 1~2년 동안 기나긴 소송전을 하는 건 비경제적인 판단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임차인들은 이사를 하거나, 자기 비용으로 고쳐서 사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재난지원금은 어떻게 써야 할까?

 

 

 

이런 때 활용하라고 나오는 게 재난지원금입니다. 각 지자체에서 200만원씩 피해가구에 지급했는데요. 최근 한 지자체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100만원씩 나눠 가지라고 했다는 얘기가 나와서 난리가 난 적 있는데, 아무래도 행정상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행안부 훈령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은 실거주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 임차인이 수리를 하지 않고 이사를 나가거나 할 때에는 임대인에게 1/2을 지급해야 합니다. 임대인 역시 재산상의 손해를 입은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임차인이 도배∙장판을 새로 하는 등 집을 수리해서 원상복구 한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1/2을 지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외에 풍수해보험에 가입해서 피해를 예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는데요. 그다지 인기가 많지는 않습니다. 임차인도 가입할 수 있고, 재난지원금보다 폭넓게 보장을 받을 수 있으며, 정부에서 공적자금으로 납입금액 일부를 부담해서 부담도 적지만, 재난지원금과 중복지급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재도구는 보상 어려워… 임차인에게도 집 지킬 의무 있어

 

 

 

 

 

도배∙장판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침수피해를 입은 가재도구의 문제도 있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문제인데도 피해가 확대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침수로 인해 망가진 냉장고, 세탁기 등 가재도구에 대해서는 임대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호우 따위의 천재지변이 아니라, 상수도 파열 등 집에 문제가 있었던 까닭에 침수되지 않아도 될 집이 침수된 경우라면 임대인이 일정부분 보상을 해야 하겠죠.

임차인이라고 마냥 권리만 누리는 건 아닙니다. 임차인에게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임차목적물을 보존할 의무가 있습니다. 통상 선관주의 의무라고 말하는 의무입니다. 이런 주의의무를 위반해서 집이 망가졌다면 일정 부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합니다.

가령 현관 앞의 나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 하수구가 있는데, 청소를 미비해서 하수구가 막히는 바람에 집이 물에 잠긴 경우가 있을 수 있죠. 이때는 임차인이 집을 고쳐 놓고 나가야 합니다. 만일 이때 집이 냉장고, 세탁기 등을 갖춘 풀옵션이었다면 응당 이에 대한 배상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이 경우엔 어떨까요. 위 사례의 하수구가 언제부턴가 물이 잘 빠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싹싹 청소도 해봤는데 물이 잘 안 빠집니다. 그래도 그냥 쓸만하니까 내버려 뒀다가,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당했다고 하죠.

집의 문제로 인해 침수피해를 당했으니 임대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때는 임대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민법에서는 임차인이 집에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임대인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선할 때를 놓치는 바람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면, 설령 집의 문제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은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수선의무 관련 특약은 꼼꼼히 확인해야

 

 

 

 

 

결국 수선의무에 관련해서 정리하면 임대인은 집이 집으로써 기능할 수 있게 고쳐줘야 할 책임이 있고, 임차인도 선관주의의무 및 통지의무에 따라 임대인의 보존행위에 협력하고, 본인의 잘못이 있어서 자기가 관리하는 영역 안에서 큰 문제가 생겼다면 자기 부담으로 고치고, 사소한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결국 상식적인 결론이죠.

하지만 이 상식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계약서에 적힌 특약입니다. 특약에 의해 “침수로 인한 도배∙장판 훼손의 복구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라거나, “하수 배관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임차인이 수선한다”같은 독소조항이 있다면 다퉈볼 여지도 없이 임차인의 책임이 됩니다.

단, 이 경우에도 문구는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용 자체가 포괄적이면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법원에서는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고 임대인의 수선의무면제 특약을 작성한 경우, 그 범위는 어디까지나 소규모 수선에 한정되며 대수선은 여전히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