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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의 치명적 단점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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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5 09:15

아파트 공화국에서 단독주택 살기?

[리얼캐스트=김예솔 기자] 열 채 중 여섯 채가 아파트인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 그래서 주변에 보면 키 낮은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 생활을 10년한 저로서는 결코 단독주택 생활이 핑크빛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핑크빛은 고사하고 주변에서 단독에 살고 싶다면 뜯어말리고 싶은 게 진짜 속마음입니다. 매일, 매주, 매년. 신경 쓰고 해야할 일도 너무 많은 데다가 투자로도 꽝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리얼한 경험을 바탕으로 단독주택 생활의 단점을 짚어보고 아파트와 비교해서 투자가치는 어떤지 따져봤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관리해야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면 실감하는 난관은 ‘관리’ 부분입니다. 아파트는 청소부터 유지보수, 치안, 경비까지 관리업체가 도맡아 제때에 잊지 않고 척척 알려주고 보수해주잖아요. 하지만 단독주택은 철마다 해야할 일이 태산입니다.

여름에는 개미부터 모기, 파리가 꼬여 소독에 신경 써야 하고, 가을에는 마당에 낙엽이 쌓이지 않게 해야 합니다. 낙엽이 자칫 마당 하수구나 우수관을 막으면 집이 물바다가 될 수 있거든요. 잔디가 깔려 있거나 웰빙에 대한 로망에 작은 텃밭이라도 가꾼다면 잔디 깎기, 잡초 뽑기, 거름 주기, 가지 치기 등 하나하나 손이 안가는 일이 없죠.

겨울철에는 계량기가 동파되지 않게 옷이나 담요로 감싸줘야 하고 눈이 오면 집 앞 눈 쓸기도 부지런히 해야합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내 집 앞 눈 치우기’를 조례로 정해 “건물 입구의 대지경계선에서 1m 구간까지 치워라”, “눈이 그친 후 주간은 4시간 이내, 야간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치워라”, “만약 하루 10cm 이상 눈이 오면 24시간 내로 치워라” 등 행동지침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는데요.

말이 좋아 행동지침이지 중노동이 따로 없습니다. 눈이 그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치우라는 말이거든요.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잖아요. 눈 치우기가 얼마나 고역인지. 안 치운다고 벌금을 내는 건 아니지만, 행여 눈길이 빙판길이 되면 당장 우리 가족이 오가는 데도 위험합니다.

분리 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일입니다. 분리 수거일에 맞춰 집 앞이나 정해진 공간에 내놓아야 하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쓰레기지만 정말 너저분하게 놓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뜯어 놓는 경우도 허다하죠. 참고로 단독주택가는 길고양이가 자주 출몰해 밤마다 고양이 우는 소리도 많이 들을 수 있고요. 집 마당으로 들어와 화단을 파헤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만약 쓰레기를 정해진 곳에 내놓지 않으면 무단 투기로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도 있습니다. 

단독주택 생활의 단점은 최근 한 TV방송 프로에서 개그맨 이은형·강재준 부부가 심진화 김원효 부부 집에 집들이를 갔다가 하루가 안 돼 줄행랑을 치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나 있죠. 

이 외에도 치안과 방범도 취약해 방범창과 CCTV는 필수템이고, 마음 편히 창문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가 발표한 주택 유형별 침입범죄 발생 비율에서도 단독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죠.

게다가 부재 중에 택배를 받아줄 경비실도 없습니다.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귀중품을 택배로 주문할 때도 신중해야 합니다.

틈틈이 보수 작업에 관리비도 비싸


사실 여기까지는 번거로운 정도인데, 단독주택은 좀더 전문성을 요하는 관리도 필요합니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필요합니다. 

옥상 방수나 외벽에 금이 갔을 때는 전문가를 모셔야 하는데, 전용 84㎡ 기준으로 옥상 방수는 1회당 300만원 가량 들어갑니다. 통상 옥상 방수는 3~4년에 한번씩 해줘야 합니다. 지붕이나 외벽 도색도 5년, 길게는 10년에 한번은 해줘야 하는데, 회당 150만원 가량 들어갑니다. 1년에 한번은 정화조를 비워줘야 하고요. 이건 회당 3만원 가량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추가로 기둥이나 담장에 금이 갔다면 틈틈이 실링 작업도 필요합니다. 이건 셀프로 한다고 해도 재료비가 1회에 3만원 가량 필요합니다.

자칫 아파트 관리비가 부담스러워 단독주택을 생각했다면, 다시 한 번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전용면적 84㎡ 기준 가스, 전기 등 개별 관리비를 제외한 아파트 공용관리비는 15만원 내외인데요. 여기에 개별관리비까지 합치면 25만원 안팎입니다. 아파트와 동일한 면적의 단독주택 관리비 역시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결코 적지 않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특히 단독주택은 겨울철 난방비 때문에 가스비가 많이 듭니다. 구조상 아파트는 옆집과 벽을 공유하며, 아랫집의 천장을 바닥으로, 윗집의 바닥을 천장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다르게 단독주택은 덩그러니 홀로 놓여있다 보니, 열 손실이 크고, 외풍도 심한 경우가 많죠. 

2015년 서울 복지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당 겨울철 난방비는 단독주택이 2,609원으로 아파트(1,847원)보다 훨씬 비쌉니다. 주택 면적 84㎡ 기준 단독주택은 월 난방비가 21만9,000원, 아파트는 15만5,000원 정도입니다.

감가상각·낮은 환금성에 집값 상승률도 더뎌


사실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을 많이 써도 집값이 팍팍 오르기만 한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문제는 단독주택은 30년이 넘어가면 감가상각이 심해 사실상 땅값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재개발 이슈가 아니면 집값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죠. 아파트는 30년이 넘어서면, 재건축 기대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과 상반되죠.

실제로 사례를 한 번 찾아봤는데요. 우선 말씀드릴 것이 동일한 단독주택이 수년에 걸쳐 두 차례 이상 거래된 사례를 찾기가 어려워 최대한 유사한 사례를 찾았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12길에 1988년에 준공된 연면적 157㎡의 단독주택이 있습니다. 이 주택은 2020년 8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요. 이와 위치, 준공년도, 대지면적, 연면적 모두 비슷한 단독주택이 2015년 4월 7억9,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단순 비교하면 5년간 3억6,000만원가량 약 46%가 상승한 겁니다.


반면 같은 시기 이들 주택과 가장 가까운 ‘아시아선수촌’ 전용면적 99㎡(공급면적 127㎡)는 2015년 11월 12억9,7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작년 11월 26억원에 팔렸습니다. 재건축 기대감에 5년만에 13억원, 100%가 오른 겁니다. 

게다가 단독주택은 환금성도 떨어지죠. 수요가 적어 원하는 시기에 제값을 주고 쉽게 팔 수도 없습니다. 

단독주택에 지금 살고 있음에도 자폭 디스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네요. ‘삶의 질’을 이유로 단독주택을 택했지만, 꿈꾸던 한여름 밤 마당에서의 바비큐 파티는 10년 거주하면서 실제로 실행한 적은 한번도 없고요. 치솟는 아파트값과 잡일에 푸념 아닌 팩폭을 날리게 됐네요. 후회하지 마시고 행여 단독주택 매입을 고민 중이라면, 단점을 미리 알고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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