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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역세권은 진짜 집값이 비쌀까

기자명 김영환
  • 일반
  • 입력 2021.01.14 17:15
  • 수정 2021.01.29 14:29

멀티역세권은 집값이 비싸다?

[리얼캐스트=김영환 기자] 역세권은 아파트 입지 평가요소에서 무조건 좋은 요소로 통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여러 노선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다중환승역이 인기입니다. 멀티역세권이라고도 하죠. 2개 노선이면 더블 역세권, 3개 노선이면 트리플 역세권이라는 식입니다. 

굳이 역세권을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로 나누는 이유는 차별화 때문이죠. 교차하는 노선이 많은 다중환승역일수록 수요가 풍부해서 미래가치가 크다는 주장입니다. 제법 그럴싸한 이론입니다. 역세권이 좋으니 더블 역세권은 2배로 좋은 것처럼 느껴지죠. 트리플은 3배, 쿼드러플은 4배쯤 되지 않을까요? 말 그대로 사통팔달이니까요. 

그래서 조사해봤습니다. 실제로 멀티역세권은 집값이 비쌀까요? 

멀티역세권, 노선 많다고 집값도 비싸지는 않아


수도권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1~9호선은 물론 경전철,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까지 다 합쳐보니까 수도권에는 현재 총 627개 역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2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이중환승역은 총 89개구요. 3중환승역은 9곳, 4중환승역은 5곳이 있습니다.

전체 역의 16.5%가 환승역인 셈이니까 희소성은 확실히 뛰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3중 이상의 환승역 14곳 중에 초지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서울에 있구요. 의외로 4중 환승역은 김포공항역을 빼면 전부 강북에 있습니다.

어째 가설이 처음부터 망가지는 거 같죠? 일단 시작한 거니 계속 진행해 보겠습니다.

역세권의 가치를 확인하려면 역세권의 범위부터 확실히 해야겠죠. 역마다 입지조건이 워낙 다르고, 20대 청년이랑 연만하신 80대 분이 체감하는 역세권의 범위도 다른 만큼 조금 고민을 했는데, 서울시가 제시한 역세권의 범위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서 ‘역세권’으로 평가하는 범위를 역에서부터 350m 거리로 설정했는데요. 마침 모든 역의 350m 범위에 대한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 범위에 포함되는 법정동의 평균 아파트 시세를 그 역세권의 가치로 평가해봤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수도권의 4중 환승역에는 공덕역, 왕십리역, 청량리역, 김포공항역이 포함되구요 서울역은 경의∙중앙선이 따로 똑 떨어져있어서 직접 환승은 안됩니다만 일단 4중 환승역으로 정리했습니다.

4중 환승역 중에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은 공덕역이었습니다. 마포구 공덕동과 신공덕동, 도화동과 염리동이 역세권에 들어가구요. 평균 시세는 3.3㎡당 3,613만원으로 나왔습니다. 다음으로는 서울역이 3,105만원, 왕십리역이 2,883만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가설대로라면 4중 환승역은 3중 환승역보다 가격이 비싸겠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3중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의 평균 시세가 3.3㎡당 7,070만원이었거든요. 4중 환승역인 공덕역 인근 시세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입니다. 왜냐면 이 역의 역세권에 포함되는 법정동이 서초구 잠원동과 반포동이거든요. 다음으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3,291만원, 홍대입구가 2,520만원이었습니다.

사실 알짜 지역은 2중 환승역이 훨씬 많습니다. 선릉역은 6,001만원, 도곡역은 5,843만원이었구요, 강남역은 5,256만원, 동작역은 5,674만원, 판교역은 4,141만원이죠. 이것도 무조건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게 압구정현대아파트가 있는 3호선 압구정역이나 아리팍과 래미안퍼스티지가 있는 9호선 신반포역 같은 곳은 단일노선이거든요. 당연히 다중환승역이 아니라고 여기 집값이 낮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죠.

혹시나 해서 오피스텔도 알아봤는데요, 마찬가지로 들쭉날쭉했습니다. 4중 환승역인 서울역 인근 지역 오피스텔은 3.3㎡당 1,384만원이었는데, 3중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 인근 지역 오피스텔은 1,751만원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알아봤습니다만, 다중역세권의 노선 개수는 반드시 집값과 정비례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명히 지하철 접근성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지만 노선이 많다고 집값이 오른다는 건 쉽게 일반화 하기는 어려운 상식이었네요.

지하철역 많은 지역, 집값도 높아

다만 역 하나가 아니라, 지역 내의 지하철역 개수를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편의상 서울 지하철로 한정해서 조사해봤는데요. 서울에서는 자치구에 있는 지하철 역의 개수가 집값과 비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11월 기준 3.3㎡당 5,877만원인 강남구는 28개 지하철역이 설치되어 있구요. 서초구도 25개, 송파구도 20개 지하철역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용성으로 유명한 마포구는 17개, 성동구는 15개, 용산구는 13개죠. 지하철 역이 많을수록 집값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이네요.

특히 강남3구는 서울 지하철에서도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2, 3, 9호선이 통과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판교와 연결되는 신분당선 양재역도 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깁니다. 행정당국이 지하철을 연결할 때는 길면 1년 동안 예비타당성조사라는 걸 하죠. 이 지역에 지하철이 필요한지, 혹은 앞으로 필요할지를 먼저 검토하는 겁니다. 즉, 지하철 역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은 여러 개의 지하철 역이 필요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사람이 많은 만큼 개발압력도 높아서 인프라도 빠르게 형성되겠죠.

멀티역세권, 화려하지만 경계해야

결론입니다. 역 하나 단위로는 멀티역세권이 집값과 크게 상관은 없었습니다. 다만 지역 단위로는 멀티역세권이 생길 정도로 지하철 역이 많은, 그러니까 교통 인프라가 집중 된 지역은 집값이 높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멀티 역세권이 무조건 좋다는 상식도 맹신할 게 못 되는군요. 특히 요즘에는 멀티 역세권을 강조하는 선전 문구도 유행인 모양인데 아무쪼록 묻지마 투자를 경계하시고 알짜배기 내 집 마련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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