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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위에 '갓물주 전성시대'도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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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2 18:45
  • 수정 2021.01.28 14:27

‘나홀로 호황’, 불황에도 거꾸로 가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

[리얼캐스트=민보름 기자] 폐업. 공실. 급기야는 임대료 정지 법안 발의까지.

영원할 것 같았던 ‘갓물주’ 전성시대는 여기서 끝나는 걸까요? 오피스텔, 상가, 건물 등 일명 ‘수익형 부동산’은 말 그대로 임대수익을 목표로 하는 상품입니다. 때문에 경기 변화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는 요즘인데요.

그런데 글쎄 서울ㆍ수도권 상품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여전히 인기라고 합니다. 리얼캐스트가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서울 소재 수익형 부동산 거래량은 늘고 있었습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따라 아파트의 대체제로 떠오른 오피스텔은 물론, 상가, 오피스 거래 건도 3분기 들어 급격히 늘었습니다.

나홀로 호황인 듯한 서울 수익형 부동산 시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임대수익 낮아도 타오르는 인기, 너무한 금리 때문?


앞서 설명했듯 경기불황으로 인해 임대수익은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업무ㆍ상업시설의 지난해 3분기 임대가격지수는 전분기 대비 하락했습니다. 코로나 여파가 더욱 심각하게 실물경기에 반영되고 있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수익률도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상가의 투자수익률 하락이 두드러집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산출하는 투자수익률은 투자자가 부동산 매입 시 대출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가정하며, 3분기에는 재산세 비용이 반영되어 더욱 낮게 평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어찌됐던 연 6~7%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시중의 광고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이죠. 그럼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이제 의미가 없어진 것일까요? 

요즘 금리를 보면 생각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고, 따라서 현재 기준금리는 연 0.5%에 불과합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 또한 지난해 하반기 들어 연 0%대에 머무르다 보니, 분기마다 1%가 넘는 상가 투자수익률이 갑자기 커 보이는 효과가 생기네요.

실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당시부터 시중자금이 금리에 민감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란 예측이 나왔는데요. 전 세계적인 금리인하 기조와 각국 정부의 돈풀기로 주식시장, 가상화폐 시장에도 돈이 모이고 있는 만큼, 은행 금리보단 높은 수익률을 선사하는 수익형 부동산에도 투자자들이 모이고 있는 것이죠.

임대수익ㆍ자본수익 디커플링…공실에도 시세 올라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투자수익률을 자세히 뜯어보면, 또 다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투자수익률은 크게 소득수익률과 자본수익률,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요. 소득수익률이란 한 마디로 흔히 말하는 투자금 대비 임대수익율을 의미하고, 자본수익률은 자산가치 상승률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통상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을 노린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소득수익률이 더 높은 것이 일반적이겠죠.

그러나 서울은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소득수익률이 낮은 데 비해, 자본수익률은 높은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중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특성과 상관없이 자본수익률이 소득수익률을 훌쩍 넘어섰죠. 

실제로 올해 수도권 상가 시세는 상승했습니다. 요즘 공실 투성이인 강남 건물 시세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건 소문 만이 아니었죠. 사례를 한번 볼까요? 삼성역 근처 A 건물은 1980년도에 준공되어 외관상 낡았으나, 도로변에 자리해 위치가 좋은 물건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지난해 불경기와 코로나19를 맞아,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인 삼성동에는 꾸준히 공실이 발생했고, 해당 건물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죠. 지하와 고층은 물론, 1층 상가도 권리금 없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임대수익이 대폭 떨어졌음은 당연하겠죠. 주변 부동산에선 매달 최소 1,000만원 이상 임대수익이 감소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이 건물은 246억원에 거래됐습니다. 4년 전인 2016년 110억원에 사들였던 건물주는 매년 자본수익률을 25~30% 달성한 셈입니다. 2종일반주거지역에 오래된 저층 건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가격인데요. 게다가 이 불경기에 말이죠. 같은 시기 이 일대에는 이 건물뿐 아니라 1,000억원대 고층 업무용 빌딩에서 작은 근린상가까지 활발하게 거래되었는데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숙박업소도 수백 억원 대에 여러 개 팔렸죠.

주변 공인중개업소에선 강남 상업부동산에 대한 자산가들의 선호도가 워낙 높은 데다, GBC-영동대로 통합 개발 호재로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이 커지며 끝없이 투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자들 사이에선 ‘불패론’이 형성되며 안전자산이 돼버린 셈이죠. 이처럼 고가 부동산 거래가 늘며 2020년 2분기 들어 잠시 주춤하던 강남권 부동산 자본수익률은 다시 반등하는 추세입니다.

누구에겐 안전자산, 누구에겐 애물단지…‘빈익빈 부익부’ 심해


천만다행으로 올해부터 대한민국에도코로나 백신이 배포될 전망입니다. 적어도 실물경기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사라진다는 의미인데요. 당연히 임대주에게도 희소식이겠죠.

그러나 집단면역이 생기기까지 시차가 있으며,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서 당장 호황이 올 것이란 보장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같은 자산가치 상승기에도 전문기관들은 올해 수익형 부동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습니다. 임대수요가 악화하는 현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버티기’가 가능한 체력이 있어야 자산가치 상승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건물이나 상가는 건축물과 토지에 각각 재산세를 매기며 부가가치세도 부과되는 등 세금 부담이 크다는 점. 공실 상태에서도 관리비용이 들며, 대출을 받은 경우 대출 상환의 부담이 크다는 점까지 고려해야겠죠. 이 같은 비용 문제 때문에 한편에선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공실 및 임대료 하락을 버티지 못하는 임대주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늘고 있는데요.

자산양극화의 시대. 화폐가치 하락으로 임대수익에서 투자수익으로 수익형부동산의 주된 가치도 변화하는 양상입니다. 그렇다고 남들의 성공 사례만 좆아 무리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불황에도 ‘존버’가 가능한지 따져보고 투자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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