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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역사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어떻게 신도시 시범단지 롤모델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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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4 09:35
  • 수정 2020.04.14 09:39


‘시범아파트=모범 입지’, 50년 지나도 비싼 가격


[리얼캐스트=민보름 기자] 시범단지(model apartment)란 말 그대로 ‘시범적으로 짓는 아파트’를 뜻합니다. 초기 택지개발 시기에는 시범단지가 잘 분양돼야 주변 택지들 역시 대규모 개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범단지는 개발지구 내에서 가장 좋은 입지를 선점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허허벌판이던 여의도 최초의 건물은 국회의사당도, KBS본관도 아닌 바로 시범아파트였습니다. 당시 여의도 개발 계획을 추진하던 정부는 토지를 매수해 개발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자, 할 수 없이 예산을 들여 민간 사업자들에게 보여줄 모델로서 시범단지를 짓게 됩니다. 당시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신시가지 조성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사업이었죠.

1971년 10월 준공해 같은 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무려 12층이라는 최신형 고층아파트로 24개동 1,584가구 규모의 대단지였습니다. 덕분에 이 아파트 시세는 입주하자마자 10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시범아파트 사업 성공을 계기로 여의도 개발은 성공하기에 이릅니다. 시범아파트는 한강공원과 여의도 랜드마크 63빌딩, 그리고 여의도 카톨릭 병원이 인접하며 자동차로 올림픽대로를 바로 탈 수 있어 여의도에서도 특히 살기 좋은 입지를 자랑합니다.

비슷한 시범단지로는 그로부터 2년 뒤 완공된 반포주공아파트가 있습니다. 강남 개발을 추진하던 정부는 대규모 개발에 돈이 부족하자 미국 차관까지 들여 서울 교통의 요지가 된 반포지구를 완성할 수 있었는데요. 때문에 전용면적 72㎡ 단일 타입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지금도 AID차관 아파트라고 불립니다. 

이렇게 50년이 돼 낡을 대로 낡은 구축 아파트들은 사실상 건물의 가치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검증된 입지로 인해 반포주공1단지와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해당 자치구 내에서 3.3㎡당 가격으로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통발달한 교통과 ‘전통 부촌’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이 단지들은 재건축 ‘대어’로 부동산 시장에서 늘 화제를 몰고 다닙니다. “입지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죠.


‘교통은 필수, 학군은 덤’ 신도시 시범단지, 금융위기ㆍ공급폭탄 안 무서워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89년, 수도로 쏠린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정부가 1기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수도권 신도시는 오늘 날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시범단지들은 철저한 계획 도시에서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하게 되는데요. 교통과 상업시설, 공원 등 기존에 계획된 인프라에, 신도시 초기 입주민들이 만들어낸 인적 자원이 학군 인프라로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1기신도시 중 가장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분당신도시에서도 예외가 아닌데요. 분당 중앙공원, 서현역(분당선) AK플라자, 분당구청과 상업지구가 인접한 서현동 시범단지는 지금까지 정자동, 수매동 대표단지들과 함께 분당 시세를 리딩하며 ‘실거주 대장’으로 불려왔습니다. 신분당선이 개통되며 서현동이 교통 허브(hub) 자리를 일부 뺏겼지만, 시범 단지는 여전히 “분당에서 살기에 그만한 곳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현고등학교를 비롯한 분당 최고 학군이 4개 시범단지 안에 들어와 있어, 학령기 자녀를 둔 가족에게 더욱 인기가 많죠. 그 중에서도 서현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초품아’ 삼성한신아파트는 시범단지의 대표격으로, 점점 낡아가는 중에도 전용 84㎡ 10억원대라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시세 변동 그래프를 보면, 이 분당 시범단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삼성한신아파트는 강남 및 분당 집값이 수억 원씩 떨어지던 금융위기 이후에도 탄탄한 실거주 수요를 바탕으로 큰 폭의 가격 폭락 없이 시세를 유지했습니다. 시범단지가 아닌 주변 A단지와 비교해도 위기 시 하락폭은 더 작았으며, 다시 찾아온 수도권 부동산 급등기 이후에도 더욱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전체 면적 24㎢로 2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는 지금의 동탄2를 있게 한 시범단지들이 있는데요. 일명 ‘우ㆍ포ㆍ한(동탄우남퍼스트빌ㆍ동탄더샵센트럴시티ㆍ시범한화꿈에그린포레스티지)’이라 불리는 3개 시범단지가 대표적입니다. 이 단지들은 동탄2신도시가 대량공급으로 신음하던 때에도 완만한 시세 상승을 이끌며 동탄2를 기존 동탄신도시 이상으로 올려놓았습니다. 

동탄2 시범지구는 분당에 비하면 규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총 10개 단지가 모인 동탄2 시범지구는 SRT와 KTX가 정차하는 동탄역 주변의 ‘북동탄’과 동탄호수공원 주변 ‘남동탄’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북동탄에 속하는 이 시범지구 중앙에는 아름다운 청계중앙공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3개 단지는 시범지구 내에서도 서쪽에 위치해 동탄역이 가까우며, 현재 동쪽 시범단지들이 이 서쪽 시범단지 시세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동쪽 단지들은 시범단지 입주 이후 동탄 최고 학군으로 꼽히는 동탄중앙고등학교를 품고 주변 학원가를 동력 삼아 성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화성시 전체에서 3.3㎡ 당 시세가 가장 높은 아파트 상위권을 바로 이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들이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막차 떠난다” 공급 끊기는 2기신도시 남은 ‘알짜’


이처럼 시범단지는 택지 개발 초기에 중심부 위치를 선점하는 ‘대장주’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신 개발 선도 단지인 만큼, 아직 인프라 형성이 채 안된 개발 초기에 공급이 끝나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장화 신고 들어가서 구두 신고 나온다”는 속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아직 장화 신고 들어갈 기회가 남은 신도시들이 있는데요. 바로 동탄과 같은 2기신도시인 경기도 양주 옥정신도시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입니다.

 


옥정신도시는 옥정중앙공원과 중심상업지구 개발이 끝난데다 상권이 어느정도 조성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장화를 신고 들어가야 할 곳은 아닌데요. 게다가 지난해 말 7호선 연장선 기공식을 마치면서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원으로 뛰는 등 시세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억대 프리미엄이 붙은 단지들은 모두 7호선 역세권이자, 옥정중앙공원, 중심상업지구와 인접한 ‘시범단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07년 뉴욕 월가 발(發) 금융위기 이후 옥정신도시 개발이 미뤄진 덕분에 실수요자들에게 아직 기회가 남게 되었죠. 

하지만 모두가 선호하는 노른자 땅, 시범단지 공급은 오직 한군데 남았습니다. 바로 4월 중 공급 예정인 양주옥정신도시 제일풍경채 레이크 시티(Lake City)입니다. A-10 1블럭과 2블럭에 총 2,474세대 규모로 지어지는 이 대단지 아파트는 ‘레이크 시티’라는 이름답게 대형 호수를 품은 옥정중앙공원을 내려다보며 앞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는 있는 입지를 자랑합니다. 전용면적 74~101㎡로 구성되며, 전 세대가 남향위주 4베이(Bay)구조로 나와 신도시 아파트답게 쾌적성을 살리려 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단지 내에 초등학교부지가 있고 바로 인접한 고등학교부지가 있어 향후 ‘초품아’ 또는 ‘고품아’가 될 예정인데요. 이미 단지 주변에 율정초등학교, 옥정중학교, 옥정고등학교도 개교한 상태라 대단지 아파트촌과 주변 근린상권을 바탕으로 다른 신도시 내 시범단지들처럼 명문 학군을 일굴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또 다른 2기신도시인 검단신도시 역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동탄2와 같은 검단2신도시 사업이 무산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로부터 개발사업이 10년 이상 지연되었는데요. 결국 2015년에 와서 검단2를 제외한 지역을 1ㆍ2ㆍ3단계로 나누어 개발하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1단계 지역 내 중심상업지와 인천지하철1호선 검단역(예정)과 상업지구를 끼고 있는 중심지가 바로 시범지구입니다. 이 일대는 검단신도시 중 가장 서울에 근접한 지역인 동시에, 중앙공원이 따로 계획되지 않은 검단에서 수변공원 역할을 할 계양천이 흐르고 있는 요지입니다. 2025년엔 인천북부지방법원과 검찰청이 입주할 예정이며, 곳곳에 초ㆍ중ㆍ고등학교 부지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신도시 자체가 큰 만큼 시범지구 역시 규모가 크고 단지 수도 많은데요. 

2018년 호반써밋을 시작으로 민영아파트 공급이 본격 시작된 검단 1단계 시범지구는 일명 ‘호ㆍ우ㆍ금(검단 호반써밋1차ㆍ검단신도시 우미린더퍼스트ㆍ검단 금호어울림)’을 중심으로 신도시 시세를 리딩하고 있습니다. 한때 인천지역에 물량이 몰리면서 ‘미분양의 무덤’ 소리를 듣던 검단신도시는 시범지구 단지 분양권에 웃돈이 붙으면서 여의도 및 마곡 출퇴근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특히 수변단지가 인기인 요즘 흐름을 따라 계양천 수변단지 주변 단지들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4월 7일 동시에 1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한 인천검단3차 노블랜드 리버파크와 검단신도시 우미린 에코뷰가 전 타입 1순위 마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시범단지로서 위상을 알렸습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시범단지가 신도시 중심 입지를 선점한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최고의 투자처”면서 “시범단지 입주가 본격화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주변 후발 단지 분양가는 더 높아지게 되므로 시범단지 소유주는 입지와 가격을 다 잡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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