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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수익률보다 1%의 절세를” 부자들이 부동산을 고르는 기준

기자명 김영환
  • 일반
  • 입력 2019.09.27 10:30
  • 수정 2019.10.16 09:45


영앤리치의 등장, 종부세 내는 20~30대 3만 3천 명


[리얼캐스트=김영환 기자] 영앤리치(Young & Rich)는 말 그대로 ‘젊은 부자’를 말합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업가나 연예인, 혹은 자산가의 자녀로서 막대한 자산을 기반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상류층을 의미하는 신조어입니다.

영앤리치로 분류할만한 계층은 경제 전반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9억원 이상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납부하는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20~30대가 2017년 기준 3만 3,356명에 이릅니다. 30대는 5년 사이 2.5배 가까이 늘어났고(8,893명->21,664명), 20대도 2배 이상 늘었습니다(794명->1,692명).


증가하는 영앤리치의 마음을 잡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주거상품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SNS 등을 통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앤리치의 소비패턴이 부동산 시장 트렌드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 때문인데요.

그 예측은 적중하고 있습니다. 10억원 이상 하이엔드 오피스텔이 분양 시장에서 ‘나 홀로 독주’하며 완판을 거듭하고 있는 점이 그것입니다. 
 
실제 지난 6월 청약을 받은 마포구 ‘리버뷰 나루 하우스’ 오피스텔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112실 공급에 300건의 청약이 접수되면서 평균 2.6대1의 경쟁률로 청약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30대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5군(F,G타입)의 분양가는 15억7천만~15억9천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광진구 자양동에 공급된 ‘더 라움 펜트하우스’(오피스텔 총 359실)도 최대 16억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모두 팔려 나갔죠.

업계 한 전문가는 “더 라움 펜트하우스는 고급 주거상품으로서,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등 기존 주거시설에서는 접하기 힘든 시스템을 도입해 영앤리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영앤리치는 사생활 보호가 되는 철저한 보안에 조망과 인테리어 등의 고급스러운 상품 디테일과 각종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한 생활편의를 주거공간 선택 시 우선 순위에 두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초고급 주거시설의 성장, 영앤리치 증가 때문?

그러나 영앤리치의 증가만으로는 고가 오피스텔 거래량 증가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10억원 이상 고가 오피스텔은 거래 회전율이 낮아 손바뀜이 덜한 상품으로 대표되고 있어서인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83건이던 10억원 이상 오피스텔 거래량은 2018년에는 148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부자가 초고가 오피스텔에 몰리는 이유, 세금에 있었다


이처럼 하이엔드 오피스텔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에는 증여 열풍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피하고자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해서 주택 수를 줄이는 절세방법이 보편화 된 가운데, 절세효과가 큰 오피스텔이 절세 상품으로 주목을 받은 것입니다.


거래가 빈번해 ‘시세’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아파트에 비해 손바뀜이 덜하고 시세를 매기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기준시가’가 과세 기준이 되야 하는 오피스텔이 증여에 있어서도 유리하다는 것이죠.   

실제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증여일(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릅니다(증여세법 제60조). 증여일 전후 3개월 이내에 매매∙감정∙수용∙경매 또는 경매가 있는 경우에는 증여세법에서 정한 시가를 찾기가 쉽습니다. 환금성이 높고 한 달에도 많게는 수십 건씩 거래가 되는 대단지 아파트는 현재의 시세를 기초로 증여세를 내게 됩니다.

극소수의 매물이 간헐적으로 거래돼 지금의 시세를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초고가 오피스텔로 부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증여세산출세액을 계산하기 위해 매년 12월 31일에 국세청이 고시하는 기준시가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기준시가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초로 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평가되어 있을 공산이 큽니다. 시세가 유사한 부동산이라도 초고가 오피스텔은 시세 대비 70~80% 가까이 낮은 가격으로 평가되어 증여세가 매겨지는 셈입니다.”(부동산 전문가 P씨)

더불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매제한, 양도세 중과, LTV규제 등 부동산 규제가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오피스텔의 인기를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오피스텔은 일련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죠.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아 기존에 다른 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1세대 1주택으로서 일정한 요건만 충족시켰다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과세자로 사업자등록을 내면 부가가치세도 환급 받을 수 있죠.

다만 임대주택법상 ‘주거용’ 요건을 갖추면서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한 경우에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간주돼 주택과 같은 취급을 받지만요.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임대한다면 주택수에는 포함되지 않아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성장하는 초고가 오피스텔 시장, 아파트의 아성을 넘본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핀셋 규제와 기준금리 인하로 오피스텔 시장이 반사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로 풀리는 유동자금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오피스텔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의도MBC 부지를 개발해 짓는 여의도 브라이튼 지웰(오피스텔)에는 849실 모집에 총 2만 2,462명이 몰려 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타입별 최고경쟁률은 151대1에 달합니다. 분양가가 3.3㎡당 4,100만원 수준이었는데 말이죠.

초고가 오피스텔 시장의 분양성적을 목격한 시장에서는 가을 시즌 공급 동향에 이목을 모으고 있습니다. 청소∙발렛파킹∙조식∙도어맨 등의 컨시어지 서비스와 피트니스센터, 멤버십라운지 등의 호텔 어메니티로 무장한 초고가 오피스텔들이 주택시장에서의 ‘사치품’을 넘어 투자가치까지 입증하고 있어서입니다.

가을 분양시장에서는 서울 내 초역세권을 중심으로 초고가 오피스텔이 줄지어 공급을 준비 중입니다. 광화문에 공급되는 ‘덕수궁디팰리스’(오피스텔 총170실)와 논현동의 ‘펜트힐논현(도시형생활주택 총 131가구, 오피스텔 총 27실), 문정도시개발구역에 공급되는 ‘르피에드’(오피스텔 총 262실)가 대표적입니다. 

덕수궁 디팰리스는 광화문역 인근에 자리잡은 고급 오피스텔로 호텔매니지먼트회사 ‘GCP 호스피털리티’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펜트힐 논현 역시 강남 입지를 기반으로 클럽하우스 등의 시설과 청소, 이불∙타월 교체, 발렛파킹 등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8호선 문정역 역세권에 들어서는 르피에드는 문정생활권역 내에서도 중심상업 입지(법조타운 권역)에 자리합니다. 뉴욕 부호들의 하이엔드 생활형 오피스텔 피에드아테르(Pied-a-Terre)를 적용해, 실내수영장∙야외테라스∙피트니스 시설은 물론 고급 호텔에서 제공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포함하는 어메니티를 갖추고 있습니다.

월세 수천만원 오피스텔은 뭐가 다를까? 


올해 8월, 25억8,000만원으로 거래된 피엔폴루스 전용 138㎡는 9월에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0만원의 매물이 시장에 나왔습니다. 1년이면 약 1억원의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최소 보증금이 3억원에 2천만원까지 월세를 받는 시그니엘 레지던스(롯데월드타워)는 연간 임대수익이 2억4천만원 수준입니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인 시행만을 남겨 둔 시점에서, 신규 공급의 위축을 우려한 시장에서는 이미 부동자금이 신축∙대체상품으로 쏠리고 있고 그 대표적인 상품이 하이엔드 주거상품이다”며 “이들 상품은 컨시어지, 어메니티 등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월세로 수천만원을 지불하더라도 들어오려는 수요층이 꾸준히 존재하는 데다가 희소성 때문에 가격방어가 뛰어나 매매부터 임대까지 선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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