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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최고의 놀이터다

기자명 김영환
  • 일반
  • 입력 2019.08.30 10:20
  • 수정 2019.09.10 10:06

주민공동시설 → 커뮤니티센터, 달라진 아파트 생활 

# A씨(직장인, 40대 초반, 남성)는 오랜만의 휴일을 집에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1층 티하우스에 내려가니 아내는 이미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이웃들과 티타임 중이었다. 그리고는 수영을 하겠다면서 단지 내 수영장으로 가버렸다. 혼자 책이라도 읽자는 생각에 북카페에 갔는데 졸음이 밀려왔다. 잠도 깰 겸 몸도 풀 겸 클라이밍장에 들렀다. 센터에 상주하는 트레이너는 “골프도 몸에 좋다”며 골프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다. 운동 뒤 사우나에 들러 땀을 빼고, 난항이었던 기타 F코드를 정복하기 위해 악기연습실로 향했다.

[리얼캐스트 = 취재팀] 아파트 생활에 커뮤니티 시설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집을 비롯한 실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않고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2000년 이전의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은 주택법에서 정한 경로당, 놀이터 정도의 최소한의 편의기능만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소득 수준이 성장하여 주거공간에도 질적 전환을 요청하는 수요가 늘어났고, 건설사들은 분양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에 나섰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주민공동시설은 문화, 건강, 육아를 망라하는 ‘커뮤니티센터’로 변모했습니다. 

부동산전문가 A는 “타워팰리스가 2002년에 특화 커뮤니티 시설을 최초로 도입한 이후 뛰어난 커뮤니티 시설은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고급화∙차별화에 대한 욕망이 큰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특화한 단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재건축 시장에서는 ‘최초∙최고’ 타이틀을 달 수 있는 특별한 시설을 넣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약 물놀이장, 수영장 등 수경시설 

특화 커뮤니티 시설의 대표 주자는 수영장, 물놀이장 등의 수경시설입니다. 피서철에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집 앞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수영장은 주민의 편의는 물론 고급 주거시설 이미지를 강화하여 아파트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09년에 입주한 반포자이는 차별화 된 수경시설의 도입으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강남권 최초로 도입한 반포자이의 물놀이장은 어린이들이 카약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반포랜드’로도 불렸던 반포자이 물놀이장은 잦은 외부인 출입에 몸살을 앓은 입주민들이 비공개로 전환하며 입주민들만을 위한 시설이 되었습니다.

피트니스 시설은 물론, 클라이밍 시설까지 

피트니스 시설도 고급화 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시설이 고급화 바람을 타기 전에도 주민공동시설에서는 운동기구를 종종 찾을 수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최고급 기구를 도입하고 전문 트레이너의 관리까지 받을 수 있는 호텔식 피트니스 시설로 발전했습니다.

주로 저층이나 지하에 설치되던 피트니스 시설을 최상층으로 올리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서초푸르지오써밋은 1단지 최상층인 35층에 피트니스 센터를 설치했습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장 좋은 전망은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상층에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건강에 관한 커뮤니티 시설은 레저활동을 포함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필라테스 시설, GX룸, 탁구장, 당구장, 골프연습장은 물론 높은 층고를 요구하는 클라이밍 시설을 도입한 단지도 등장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가 높이 13m, 폭 35m의 대규모 인공암벽을 설치했고, 강남권에서도 디에이치아너힐즈가 높이 8m의 실내암벽등반장을 자랑거리로 내세웠습니다.

호텔도 아닌데 조식을 제공하는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발전은 운동 공간 등의 하드웨어를 넘어 조식서비스, 학원∙병원과의 연계를 통한 건강관리 등의 소프트웨어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호텔식 조식서비스를 시작한 아파트는 2018년에 입주한 성수동 트리마제입니다.

아파트 조식서비스는 주부의 가사노동을 덜어내는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실제 성수동 트리마제 이후 반포리체, 아크로리버파크 등 내로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와 지방에서도 조식서비스를 도입했죠. 한편 트리마제는 조식서비스 이외에도 세탁과 청소, 발렛파킹 등의 호텔식 서비스를 이용해 입소문을 탔는데요. 또한 입주민 커뮤니티 내에서 운영되는 카셰어링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해 주목 받았습니다. 

아파트의 금기에 도전하기도- 반려동물을 위한 커뮤니티  


펫푸드, 펫테크(IT), 펫금융(보험, 신탁 등)에 이어 펫리빙(펫시설, 펫호텔 등) 분야가 성장하자 반려동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하는 단지도 생겨났습니다. 올해 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전체 가구의 23.7%(약 511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천안시 두정동 ‘포레나 천안 두정(총 1,067가구)’에는 한화건설의 새 브랜드 포레나의 반려동물 놀이터 특화 플랫폼인 ‘포레나 펫 플레이존’이 도입됩니다. 실제 단지 내에는 ‘포레나 펫 파크’로 이름 붙은 반려동물 친화 공간이 조성돼 아트갤러리 ‘갤러리 포레나’, 게스트하우스, 친환경 생활정원 등의 특화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포레나 브랜드 아파트의 상품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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