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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vs 투자, 논란의 알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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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5 09:40
  • 수정 2019.04.26 09:55

성공만 하면 대박? 

[리얼캐스트=김다름기자]사례 1. 홍제 해링턴 플레이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한 교회와 보상 문제로 갈등을 겪었습니다. 주변 평균 보상가액은 3.3㎡당 단독과 다세대는 1,000~1,200만원, 상가와 도로는 2300만원 정도였습니다. 교회 부지 680평에 대해 법원은 65억원에 합의할 것을 권고했고, 조합이 84억원을 제시하자, 교회 측이 110억원 이상을 요구하며 계속해서 협상이 결렬됐는데요. 수개월간 사업이 미뤄진 끝에 보상비용 140억과 6억 상당의 임시 예배처소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사례 2. 신한울 3.4호기 건설 예정지였던 경북 울진군. 40가구에 불과하던 시골 마을이었지만 2014년 개발고시 이후 우후죽순 생긴 주택이 현재 250채가 넘습니다. 대부분이 사람이 제대로 살기도 어려운 50㎡ 이하의 조립식 가건물들인데요. 건설이 잠정 중단되자 수천만원을 들여 지은 무늬뿐인 집들은 말 그대로 유령주택이 돼 버렸습니다. 


알박기, 왜 하는 걸까요?

알박기란 개발사업 부지 내에 보유한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버티는 것을 말합니다. 개발 예정지에 시세보다 고가의 땅값을 요구하는 사례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원하는 수준의 보상금을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버티는 방식도 있고, 소규모의 토지에 거액의 근저당을 설정해 두는 방식도 있습니다.

한때 알박기는 현명한 투자이자 지략이라 불릴 만큼 성행했는데요. 시행지 소유권을 전부 확보해야지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고 지연되는 만큼 조합원과 건설사는 금전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의 보상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거죠. 물론 실패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나 도로 등에 생뚱맞게 낡은 건물이 있는 경우가 아주 그런 사례들이죠.

물론 적절한 수준의 보상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긴 합니다. 누군가는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액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재개발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깐요. 부동산 투기냐, 개인의 재산권이냐 하는 논란은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습니다.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홍제 해링턴 플레이스는 재개발이 지연되는 동안 그 일대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며 3.3㎡당 2000만원 선이었던 예상 분양가가 500만원 가까이 올라 해당 교회는 주변의 빈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삼성동 일대의 낡은 상가 단지와 홍제동 유진상가 등 보상금 문제로 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곳은 많습니다. 

알박기 대박은 환상입니다. 

그간 개발될 만 한 곳을 미리 선점해 거액을 요구하며 보상금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에 정부에서는 알박기의 폐해를 방지하려는 다양한 법안을 만들고 있는데요.

2007년부터 기존에 있던 시가에 대지를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주택건설용지 확보를 위한 매도청구’가 대표적인 알박기 방지법안입니다. 개발할 때 토지확보에 어려움이 없도록 시가대로 땅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또 얼마 전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는데요. 본격적으로 이 법인이 실행되면 대규모 도시재생 뉴딜을 추진할 때 사업 시행자가 개발에 반대하는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처벌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울산 동구 지역의 아파트 개발단지에서 4배 이상의 차익을 챙긴 일당이 8개월~3년의 징역과 8억 5000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고, 용산구의 한 아파트 개발 단지에선 이사를 안 가고 버틴 조합원들이 사업이 지연되며 생긴 사업비와 대출금 이자에 대해 배상하라는 판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알박기 판단 기준은 토지를 소유한 지 3년이 넘었는가인데요. 하지만 아직 시세보다 수배 높은 차익을 챙기더라도 의도적으로 알박기를 시도했는가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진 그 처벌 기준이 모호해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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