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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 20년 약국 독점영업... 권리남용일까 정당권리일까

기자명 김영환
  • 리얼꿀팁
  • 입력 2019.03.06 09:25
  • 수정 2019.03.20 09:47


1층 약국의 눈물?


[리얼캐스트 = 김영환 기자] 약사 A씨는 올해 초 월세가 1000만원이 넘는 1층 약국 자리를 임대로 얻었습니다. 월세가 주변 시세에 비해 다소 비쌌지만 건물 안에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입점해 있고 20여 년간 약국을 해왔던 자리라 향후에도 꾸준한 매출이 가능할 거란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6개월 뒤에 일어났습니다. 같은 건물 3층에 다른 약국이 들어왔고 이후 매출이 절반 가량 감소한 것입니다. A약사는 다른 층에 동일 업종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하고 지속적으로 ‘독점영업’을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과연 A씨는 구제 방법이 없을까요? 

독점영업권_영업제한약정



같은 건물 내에 동일한 업종의 영업을 금지하는 ‘업종제한약정’이 있습니다.

예컨대, 동일 건물에 편의점은 101호실에서만 가능하니 다른 호실에서는 절대로 편의점을 할 수 없다고 약정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101호실을 분양 받은 사람은 물론 101호실에서 영업을 하려는 임차인에게도 ‘독점영업권’을 보장해 줌으로써 같은 업종을 영업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건물 내 다양한 상가를 들여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죠.

업종제한약정의 범위는? 

하지만 업종제한은 ‘어디에서,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 제한 범위를 달리합니다.

(1) 분양계약서 상 업종제한
먼저 상가 분양 당시 업종제한을 특약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체로 분양대행사가 성공적인 상가 분양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인데요. 상가 분양계약 시에 계약서에 업종이 지정돼 있다면 수분양자는 그 약정을 이행해야 합니다. 만약 수분양자가 업종을 무단으로 변경하면 분양대행사는 ‘무단업종변경금지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초 분양 상가에 적용돼 있던 ‘업종제한약정’은 그 수분양자는 물론 수분양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나 상가를 추후에 매수한 매수인에게도 범위가 미칩니다. 만약 계약서에 기간도 명기가 안 돼 있다면 기간의 제한도 없다고 판례는 보고 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 ‘분양 당시에 부여한 약국독점영업권에 기한을 정하지 않았고, 업종제한약정에 대한 상가 안의 인식이 흐려지지도 않았다’며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의 독점영업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8나2025135)

(2) 관리단 규약에 의한 업종제한
분양 시에는 ‘업종제한’이 없다가 추후에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구분소유자로 구성된 관리단이 규약을 만들어 업종제한에 대한 규정을 두는 것인데요. 동의를 하지 않은 소유자나 임차인도 규약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특정 업종을 지정 받은 사람의 동의 없이는 관리단의 규약에 의하더라도 판례는 분양과정에서 특정 업종 지정을 받은 구분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3) 번영회나 상인회 자치 회칙에 의한 업종제한
하지만 영업 중인 상인들로 구성된 상가번영회나 상인 자치회에서의 업종제한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판례에서는 번영회나 상인 자치회에서 정한 회칙에 의해서도 업종을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해 특별한 경우 외에는 업종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에 상가번영회와 같은 자치단체의 회칙은 동의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든 약사 A씨가 독점영업권을 인정 받으려면 모든 상가의 분양계약서에 그 내용이 반영돼 있거나, 관리단 규약으로 명기돼 있으며 건물 내에도 A씨의 점포만이 약국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명시적, 묵시적으로 확고하게 형성되어 있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죠. 

양날의 칼, 독점영업권

상가의 업종제한약정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행여 사업이 영업부진을 겪어도 제한된 약정으로 업종을 변경할 수 없기에 임차인은 장사가 안 될 경우 그대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임대인 역시 타업종을 들일 수 없어 공실이 오래 지속될 수 있죠.

때문에 신규 상가를 임대하거나 새로운 업종을 임대하는 경우에 분양계약서나 관리단 규약에 의하여 업종 제한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업종제한약정’이 있는 상가를 구입하거나 영업을 하려는 임차인은 업종제한에 따른 득실 여부도 반드시 살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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