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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줍줍 분양에 반기 든 내부자들의 모임 출범

기자명 한민숙
  • 일반
  • 입력 2018.10.18 13:20
  • 수정 2018.10.26 08:49


부동산 시장, 깜깜이·줍줍 분양 만연 


[리얼캐스트=한민숙 기자] 직장인 A씨는 청약 당첨의 기쁨도 잠시, 계약금만 날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청약 받은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서입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제2금융권을 알아보고 있는 A씨는 청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알지 못한 체 ‘중도금 대출은 물론이고 당첨만 되면 P(프리미엄)를 붙여서 책임지고 되팔아 주겠다’며 연락처를 건네던 분양상담사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현재 상담을 해주던 그 분양상담사는 연락 두절된 상태입니다. 


전업주부 K씨는 청약에서 떨어진 전용 84㎡ 아파트가 웃돈 2000만원에 나와 있다는 분양상담사의 말에 횡재라 생각하고 다음 날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아파트가 분양상담사 본인의 물건이었고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등기 전매로 팔았던 것입니다. 더욱이 입주 시점 시세는 분양가 이하로도 떨어졌죠. K씨는 분양상담을 해주는 양 본인의 물건을 팔아 넘긴 상담사 직원이 괘씸했습니다. 


개인사업가 P씨는 올해 초 로또분양이라 불리는 모 아파트의 미계약분 8가구에 대해 온라인 청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넷 접수를 했습니다. 결과 수천대 1의 경쟁률에 보기 좋게 떨어졌지만 비공식적인 추첨 절차에 대한 의문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알고도 당하고 모르면 더 당하는 부동산 시장 

만인의 관심사가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은 범접하기 어려운 상품 중 하나입니다. 적용되는 법률도 다양하거니와 수시로 바뀌는 정책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특히 분양시장의 경우 ‘깜깜이·줍줍 분양’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음성적인 거래가 성행해 피해를 입어도 그 사실 조차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깜깜이, 줍줍이 분양에 반기를 들다,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 출범


이와 같은 음성적인 분양시장에 반기를 든 내부자들이 있습니다. 아파트·상가·지식산업센터 등 부동산 분양·청약 업무를 최일선에서 수행하는 분양대행사가 그것입니다. 


그 첫 출발로 37개 분양대행사가 뭉쳤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는 37개 분양대행업체를 주축으로 한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가 발기인 총회를 열고 공식 발족했습니다. 초대 회장으로 1990년대부터 분양마케팅업에 종사한 ㈜유성 이윤상 대표가 선임됐는데요.



이윤상 회장은 “그동안 분양대행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해 건설사나 부동산 디벨로퍼 등이 개발하는 아파트·상가 등의 분양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 일부 분양회사의 부적절한 업무 수행으로 분양대행업에 부정적 인식이 새겨져 매우 유감스럽다”며 “부동산 마케팅 관련 종사자들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분양대행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회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는 우선적으로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이뤄지는 상담사나 영업 직원, 텔레마케터 등 견본주택 근무자의 전문성과 자질 향상을 도모할 예정입니다. 주택공급 및 청약절차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국토부 주택공급 담당자 및 외부강사를 초청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입니다. 


더불어 회원들의 권익 보호도 적극 도모할 예정이라는 게 협회 계획인데요. 이윤상 회장은 “매년 30만여 호의 아파트와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이 공급되는 점을 감안해 역(逆) 추산한 결과 연간 최소 3만여 명이 분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부동산 마케팅업의 이미지 개선과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협회가 앞장설 것이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협회는 선진국의 정책 사례를 분석하고 국내 부동산 마케팅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통해 부동산 마케팅업의 산업화와 제도 개선 방안도 강구할 예정입니다. 


“과거 해외 분양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했던 현장들이 최근 해외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재차 준비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을 선두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현장들이 선례가 될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투자금의 국내 반입, 국내 보증보험공사와 같은 안전망 등 제도 점검 및 각국의 법률 검토를 통해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안착과 해외 부동산 투자 선로를 닦아 놓을 예정입니다.”(이윤상 회장)  


1%의 회원으로 대표성 표출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협회 출범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동참 의향을 보이는 회원사가 적어 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이란 의견입니다. 현재 분양대행업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가 3000여 개에 육박하는데, 그 중 1% 가량이 만든 협회에 ‘대표성’이라는 힘이 실릴지 의문이라는 것이죠.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 실적을 입증할 수 있는 업체만이 회원 등록이 가능한 만큼 중견사의 회원 가입에 제약도 따릅니다. 


실제 이번 주축이 된 37개 분양대행사는 CLK, 엠비앤홀딩스, 미래인, 건물과사람들, 유앤아이, 세원미, 니소스 등 국내 내로라하는 분양마케팅업체로 슈퍼 을(乙)이라 불릴 정도로 영업이익과 규모를 자랑하는 업체입니다. 


제2의 디벨로퍼 부동산 마케팅, 그 행보 기대


하지만 음지 아닌 음지에서 활동 중인 분양대행업이 공식화되며 한 목소리를 위한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제2의 디벨로퍼라 불릴 만큼 부동산 마케팅의 영향력이 크기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소비자에게는 일말의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 첫 발걸음을 뗀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의 행보가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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